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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약 성분이 코로나 막는다"…대웅제약, 글로벌 대규모 분석 주목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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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기능 개선제로 알려진 우루사 성분 UDCA가 감염병 예방 카드로 재조명되고 있다. 대웅제약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에서 UDCA 복용이 코로나19 감염과 중증 악화 위험을 낮춘다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간질환 치료제의 기전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억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약물 재창출 전략과 팬데믹 대비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백신 접근성이 낮거나 면역이 약한 집단에서의 활용 여지가 거론되며 감염병 대응 포트폴리오 다변화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간장약 우루사의 주성분인 UDCA 우르소데옥시콜산이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악화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관찰된 글로벌 데이터 분석 결과가 KDDW 2025에서 발표됐다고 4일 밝혔다. KDDW는 국내 8개 소화기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권 대표 소화기 질환 국제 학술대회로, 임상·기초 연구자들이 관련 최신 데이터를 공유하는 장이다. 이번 결과는 소화기계 약물이 감염병 영역으로 임상적 스펙트럼을 넓힌 사례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를 주도한 건양대학교병원 허규찬 교수 연구팀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코호트 데이터를 통합해 총 71만명을 분석했다. UDCA 복용군과 비복용군을 비교한 결과, UDCA를 복용한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31퍼센트 감소했다. 중증 악화 위험과 인공호흡기 사용 위험도 각각 25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감염 예방뿐 아니라 중환자실 진입과 인공호흡기 사용 같은 의료 자원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의 감소폭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추가로 용량 반응 메타분석을 통해 UDCA 복용량에 따른 감염률 변화를 정량화했다. 분석 결과 복용량이 늘어날수록 코로나19 감염률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하루 150밀리그램 복용 시 감염률은 18퍼센트 감소했고, 300밀리그램에서는 33퍼센트, 750밀리그램에서는 64퍼센트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코로나19 예방 전략이 주로 바이러스 자체를 겨냥해 변이 출현 때마다 효능 논란을 겪었던 한계를 일부 보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UDCA의 작용 기전은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할 때 이용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발현량을 줄이면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오는 통로가 좁아진다. 연구진은 UDCA가 ACE2 수용체의 발현을 감소시켜 바이러스의 침투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이 변이를 일으켜도 숙주 측 수용체를 줄이는 접근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다는 점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예방 효과가 유지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UDCA는 이미 수십 년간 간질환 치료에 사용돼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된 경구 약물이다. 통상 담즙 분비 촉진과 간세포 보호에 쓰여 왔으나, 최근에는 담즙산 신호를 매개로 한 대사·염증 조절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적응증 확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경구 복용이 가능하고 비용이 낮으며 약국 등에서 구하기 쉬운 제형이라는 점도 감염병 예방 수단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거론된다. 특히 백신 접종이 어렵거나 면역 반응이 불충분한 고위험군에서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감염병 대응 수단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약물 재창출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연구가 제시한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지만, 실제 코로나19 예방약이나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향적 임상시험과 규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다국가 코호트를 이용한 관찰 기반 메타분석 성격으로, 인과 관계를 확정하기보다 연관성과 잠재 효능을 뒷받침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럼에도 6개국에서 수집된 71만명 규모의 데이터가 일관된 방향으로 효과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후속 임상 설계와 적응증 확장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근거로 평가된다.

 

이번 결과는 KDDW 2025에서 우수포스터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완성도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개발·판매되는 간장약 성분이 글로벌 스케일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감염병 영역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보인 첫 사례로 꼽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6개국 71만명 데이터를 통합해 UDCA의 코로나19 예방 가능성과 중증화 억제 효과를 관찰한 첫 글로벌 메타분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UDCA가 감염병 대응의 새로운 솔루션으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면역 취약 계층 보호 문제는 여전히 보건의료 시스템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기존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에 더해 안전성이 검증된 기성 약물을 재활용하는 전략이 확산할 경우, 팬데믹 때마다 반복되는 개발·허가 병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산업계는 UDCA를 둘러싼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 임상시험과 규제 논의를 거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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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udca#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