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개 치료지표 공개…분당서울대병원, 암수술 대기일 투명화로 신뢰 겨냥
의료 데이터 공개가 환자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암 수술 대기일과 질환별 치료 성적을 수치로 제시하면서, 의료의 질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려는 시도가 병원 경쟁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암 확진 이후 실제 수술까지 걸리는 기간을 공개한 것은 환자 경험과 진료 접근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국내 의료기관의 투명성 경쟁에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3일 의료 질 지표 모음집인 2025 아웃컴북을 발간했다. 2018년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아웃컴북 발간을 시작한 이후 8번째로 내놓는 연례 보고서다. 이번 판에는 병원 중점 관리 지표, 진료 지표, 질 향상 활동, 적정성 평가 등 4개 카테고리에 걸쳐 총 284개의 지표가 수록됐다. 각 지표는 진료 성과, 환자 안전, 프로세스 효율 등을 수치로 보여주는 데이터 중심 형식으로 구성됐다.

새로 편성된 분야도 눈에 띈다. 두경부암, 유방암, 뇌신경계 감염 및 염증성 질환에 대한 치료 성과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두경부암 영역에서는 두경부 원격접근수술과 로봇수술 건수가 공개돼 최신 수술 기법의 실제 적용 수준을 보여준다. 유방암 파트에는 유방암 수술 중 즉시재건술 시행률과 같은 세부 지표가 담겨 수술 후 미용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환자에게 참고 자료가 된다. 뇌신경계 감염질환에서는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의 예후와 치료 결과가 정리돼 중증 감염 분야의 진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피부암 분야에서는 새롭게 수술 접근성과 연결된 지표가 도입됐다. 피부암 확진 후 실제 수술까지 걸리는 평균 대기일을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병원은 이 지표를 통해 수술 전 검사와 입원 절차를 재점검하고, 환자가 희망하는 일정에 맞춰 수술 일정을 최대한 조율할 수 있는지 살필 계획이다. 대기 기간 데이터는 향후 외래 예약 시스템, 수술실 배정, 입원 병상 운영 등 프로세스 전반의 개선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정보다.
아웃컴북은 병원이 자체 성과를 대외에 공개하는 책자이면서 동시에 내부 의료 질 관리 도구로도 쓰인다. 대표 사례가 급성신손상 회복률 지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는 2014년 입원 환자에게서 급성신손상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감지하는 알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급성신손상 환자의 회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되자, 이 수치를 아웃컴북 핵심 지표로 등재해 매년 추적 관리하고 있다.
병원 설명에 따르면 진료과 단위에서 진행하는 개선 활동은 종종 일회성에 머무르기 쉽다. 반면 급성신손상 회복률처럼 아웃컴북 지표로 편입된 항목은 주기적 데이터 업데이트와 피드백,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 강도가 유지된다. 각 진료과와 병원 경영진이 동일한 수치를 공유하면서, 의료 질 향상이 경영지표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지표 공개가 병원의 브랜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아웃컴북을 병원의 성장 과정이자 독자적인 경쟁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의료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수단으로서 아웃컴북 발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며,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을 토대로 최적의 의료서비스 제공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2025 아웃컴북은 분당서울대병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과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사례가 국내 의료기관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환자가 질환별 성과와 대기 기간을 근거로 병원을 선택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러한 의료 질 지표 공개가 실제 진료 현장의 변화를 어디까지 이끌어낼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