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레버리지 과열 해소 구간 진입”…국내 코인시장, 거래액 소폭 증가 속 변동성 경고음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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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1일 새벽, 한국(Korea)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제한적 반등을 보이는 가운데 리플 XRP와 도지코인이 약세로 마감했다. 단기 가격 조정과 글로벌 레버리지 청산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거래 규모가 전일보다 소폭 늘어나, 한국 투자자들의 매매 참여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움직임은 원화가 전 세계 비트코인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인마켓캡 집계에 따르면 12월 1일 6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2조 5,044억원으로, 전일 대비 258억원(약 1.0%) 증가했다. 거래소별 비중을 보면 업비트가 1조 7,548억원으로 전체의 70.1%를 차지해 독주 체제를 이어갔고, 빗썸이 6,977억원(27.9%), 코인원이 415억원(1.7%), 코빗이 103억원을 기록했다. 업비트 원화마켓 중심의 개인 투자자 유동성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지만, 빗썸에서도 리플 XRP·테더·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 위주로 거래 회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글로벌 수급 구조를 보면 한국 원화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을 기준으로 국가통화별 비중은 미국 달러(USD)가 49.30%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일본 엔(JPY)이 22.51%, 한국 원화(KRW)가 16.03%, 유로(EUR)가 4.70%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가 글로벌 비트코인 현·선물 유동성의 약 6분의 1을 책임지는 만큼, 국내 거래대금 변화는 세계 가상자산 수급에도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하는 구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개인 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가상자산 변동성 확대 구간마다 재차 부각되는 양상이다.

 

종목별 흐름을 보면, 당일 국내 시장에서 테마형·레버리지 매매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전개됐는지가 수치로 드러난다. 업비트에서 거래액 1위를 차지한 코인은 리스크(Risk)로, 1,685억원이 몰리며 392원에 마감했다. 하루 동안 12.64% 급등했다. 4위에 오른 월러스는 863억원 거래에 55.46% 급등했고, 9위 딥북도 557억원 거래에 28.73% 상승했다. 반면 5위 컴파운드는 788억원 거래에 23.65% 급락했고, 10위 오르카도 14.60% 하락했다. 상위 10종목 중 여러 알트코인이 하루에 ±20% 안팎의 등락을 기록한 점에서, 글로벌 레버리지 청산 국면에도 국내 시장 내 단기 레버리지 베팅이 여전히 활발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주요 코인의 포지셔닝도 주목된다. 업비트에서 리플 XRP는 1,332억원이 거래되며 3,278원, 전일 대비 0.43% 하락해 거래대금 2위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923억원 거래에 1억 3,630만원대(136,307,000원)로 0.17% 상승하며 3위에 올랐다.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663억원 거래, 1,497원에 보합을 기록해 현금 대기성 수요가 두텁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더리움은 635억원이 거래되며 4,525,000원으로 약 1.05% 올랐다. 글로벌 조정장 속에서도 이더리움의 상대적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빗썸에서는 기관·프로 트레이더 성격의 유동성이 더 많이 반영된 모습이다. 빗썸 집계에 따르면 테더가 122,549 거래량으로 1위를 차지해 현금성 자산 선호가 두드러졌다. 리플 XRP는 58,618 거래, 3,274원으로 2위에 올라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51,280 거래, 136,290,000원으로 3위에 올랐고, 그 뒤를 리스크·사하라에이아이·파이버스·이더리움·아이리스·솔라나·에테나 등이 이었다. 빗썸에서도 리플 XRP·이더리움·솔라나 같은 메이저 알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상위권을 채우며, 최근 한 달간 이어진 글로벌 레버리지 조정 속에서 일부 메이저 알트가 ‘거래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구성을 보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여전히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스테이블코인에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1위는 비트코인으로 2,665조 3,678억원, 2위 이더리움이 534조 5,562억원, 3위 테더가 270조 7,389억원, 4위 리플 XRP가 193조 6,031억원, 5위 비앤비(BNB)가 179조 5,69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솔라나·유에스디코인(USDC)·트론·도지코인·에이다(ADA) 순으로 10위권이 형성됐다. 스테이블코인과 결제·플랫폼 코인이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가 공고해진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 테마 알트 거래가 과열되더라도, 구조적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스테이블코인 등 ‘코어 자산’으로 수급이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격 흐름을 보면 국내 원화 기준과 글로벌 달러 기준이 함께 읽힌다. 업비트에 따르면 11월 30일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1억 3,634만원으로 전일보다 27만원(약 0.20%) 올랐다. 지난 50일간 최고가는 10월 12일 1억 7,383만원, 최저가는 11월 22일 1억 2,733만원으로, 최근 가격은 11월 저점 대비 약 7.1% 회복한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4,521,000원으로 전일 대비 43,000원(0.96%) 상승했으며, 50일 최고가(10월 13일 6,314,000원)와 최저가(11월 21일 4,163,000원) 사이 중단 구간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 12월 1일 오전 비트코인은 9만1천 달러 안팎, 이더리움은 3천 달러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어, 11월 중순 레버리지 과열 구간 대비 20~30% 조정을 소화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구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11월 초 11만 달러대 중반 저항을 두 차례 시험한 뒤, 미국(USA) 국채금리 재상승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9만 달러 후반~8만 달러 중반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환매가 발생했고, 9만2천 달러 선으로 여겨지던 단기 지지선이 붕괴되자 파생상품 시장의 고레버리지 롱 포지션에서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알고리즘·CTA 성격의 기관 자금이 일제히 매도 쪽으로 기울면서 변동성이 확대됐고, 일부 장기 보유자까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단기 ‘오버슈팅 하락’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규제 명확화, ETF 제도권 편입,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 등은 중장기 상승 요인으로 남아 있어, 현재 조정을 ‘레버리지 과열 해소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같은 매크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체 네트워크 펀더멘털과 업그레이드 이슈가 가격을 복합적으로 좌우해왔다. 최근 한 달간 이더리움은 여름 피크인 4,900달러 부근에서 약 25% 조정을 거친 뒤 3,500~3,900달러 박스권에서 방향성을 모색 중이라는 평가다. Dencun 업그레이드 이후 레이어2(L2) 수수료 인하로 소각되는 ETH 규모가 줄며 디플레이션 기대가 약해졌고, 디파이(DeFi)·NFT·온체인 활동이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점도 매수세를 제약했다. 다만 활성 주소 수와 네트워크 이용 지표가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실사용 기반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향후 Pectra·Fusaka 등 로드맵에 따라 데이터 가용성·수수료 구조·지갑 UX 개선이 예정돼 있어, ETF 자금 유입과 온체인 수수료 소각이 다시 늘어날 경우 비트코인 대비 상대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도지코인과 리플 XRP, 파이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은 개별 이슈와 글로벌 레버리지 조정이 겹치며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도지코인 시세는 11월 30일 기준 222원으로 전일 대비 0.45% 하락했지만, 11월 22일 210원 저점과 비교하면 5.7% 오른 상태다. 밈 코인 특성상 알트코인 전반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풀릴 때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가, 단기 반등장에서 베타(시장 민감도)가 높게 작동하는 전형적 고변동성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파이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356.3원에 전일 대비 0%로 보합을 기록해, 유동성과 상장 범위가 제한된 코인의 경우 글로벌 쇼크에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둔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플 XRP는 연초 이후 큰 폭으로 오른 뒤 11월에는 3달러 안팎, 원화 기준 3,000원대 초중반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30일 기준 국내 시세는 3,276원으로 하루 0.49% 하락했지만, 50일 최저가였던 11월 22일 2,930원과 비교하면 11.8% 오른 수준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규제 리스크가 완화됐고, Ripple Swell 2025 콘퍼런스, 5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XRP 기반 ETF와 그레이스케일 XRP 트러스트 상장, 리플 XRP의 글로벌 인덱스 ETF 편입 등 굵직한 호재가 연이어 나왔다. 그럼에도 가격이 뚜렷한 상향 이탈에 실패한 배경으로는 호재 선반영 이후 차익 실현, 글로벌 레버리지 청산, 실제 결제·송금 볼륨 증가가 아직 두드러지지 않은 점 등이 지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플 XRP가 규제·ETF·기관 채택 측면에서 ‘스토리’는 강화됐지만, 온체인 사용량과 유동성이 이를 완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스토리-펀더멘털 괴리’ 구간에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인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등 메이저 코인의 가격은 공통적으로 ‘레버리지 과열 해소’와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둔화’라는 두 요인에 의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첫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채금리 재상승과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 기조 강화로 위험자산 전반의 레버리지 베팅이 동시 축소되는 흐름이 전개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기대가 주별로 뒤바뀌면서 달러 인덱스·채권 수익률·주식 지수가 크게 출렁였고, 변동성이 큰 자산군인 가상자산이 충격을 먼저 흡수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둘째, 파생상품과 구조적 레버리지의 역풍이 컸다. 옵션·선물·자동화 전략 포지션이 한 방향(롱)에 과도하게 쏠린 상태에서 비트코인 지지선이 붕괴되자,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알트코인군 낙폭이 확대됐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조정과 일부 프로젝트의 페그·신용도 우려, 시장조성자(MM)의 유동성 공급 축소 루머도 단기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셋째, 규제·ETF·토큰화 자산 확산이라는 제도권 편입 과정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우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미국이 디지털자산 관련 첫 연방법을 통과시키고, 유럽(EU)·아시아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거래소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자금 유입 기반이 넓어졌다. 동시에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자금 흐름이 수일 단위로 유입·유출을 반복하고, XRP·솔라나·도지코인을 편입한 인덱스 ETF·트러스트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ETF 자체가 상승 동력이라기보다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하는 측면도 부각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커스터디·온체인 펀드 등 토큰화 인프라 확대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를 토큰화된 자산과 결제 네트워크의 기본 담보·유동성 자산으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규제·금리·유동성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과거보다 훨씬 높여 놓은 상태다.

 

이 같은 환경에서 단기 투자전략은 레버리지 비율 축소와 변동성 관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9만 달러 초·중반, 이더리움 3천 달러 초·중반, 리플 XRP 2달러대 초·중반(원화 기준 3,000원대 초반)을 글로벌 수급 재조정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파생상품과 ETF, 매크로 변수가 동시에 출렁이는 상황에서 기술적 지지선·저항선 이탈 시 하락과 반등이 과장되기 쉬운 만큼, 단일 뉴스에 기반한 추격매수·추격매도보다는 분할 진입·분할 청산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국내 투자자의 경우 유동성·상장 리스크가 큰 소형 알트코인보다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주요 스테이블코인 등 시가총액 상위 코인 중심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전환 시점, 현물 ETF 자금 유입의 지속 가능성, 토큰화 자산 인프라와 레이어2·스테이킹 생태계의 성장 속도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지되지만 단기 변동성이 커진 시장인 만큼, 투자자와 기관은 온체인 지표와 파생상품 포지션뿐 아니라 채권·주식 시장과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까지 함께 추적하는 ‘크로스 애셋’ 시야가 요구된다. 코인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방향 그 자체보다 속도와 유동성의 질에 있다는 점, 그리고 기대가 실제 자금 유입과 네트워크 사용량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추세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이 향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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