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젊은층 경고등’…20·30대 환자 급증에 정밀검진 확대 필요성
대장암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경고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20·30대에서 진행성 대장암이 발견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늘면서, 기존에 50세 이상을 중심으로 설계된 국가 검진 체계의 보완 필요성이 부각된다. 정밀의료 기술을 활용해 연령뿐 아니라 유전·생활습관·장내미생물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의 맞춤형 위험도 평가 도입 논의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와 의료계는 “젊은 층 대장암 증가는 진단 기술 발전과 생활습관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변화”라며 향후 5년이 조기 검진 체계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30대에서 대장암 진단 후 1년여 만에 사망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전해지는 등, 환자 연령대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30대 대장암 환자 수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와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기존 가이드라인이 전제하던 ‘50세 이상 고위험’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의들은 젊은 연령층 대장암 증가의 배경으로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운동 부족, 흡연과 음주,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을 꼽는다. 특히 적색육과 가공육 섭취 증가, 식이섬유 섭취 감소는 대장 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려 만성 염증과 장 점막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폴립증, 유전자 변이 등이 동반되면 발병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무증상에 가깝다는 점이다. 종양이 상당 부분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복부 불편감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복통, 혈변, 설사와 변비의 반복, 극심한 피로,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기에 병변을 찾아내는 선별검사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국가암검진사업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해마다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하고, 양성 소견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는 구조다. 분변잠혈검사는 비용 부담이 적고 비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미세 병변이나 특정 위치의 폴립은 놓칠 수 있어 민감도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1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완치율이 90퍼센트 수준까지 올라가지만, 4기로 진행된 뒤에야 진단되면 생존율이 10퍼센트 안팎으로 떨어진다는 보고가 축적돼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밀의료 기술을 접목한 선별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과 대규모 역학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대장암 발생 위험도를 수치화하고, 위험도에 따라 검진 시작 연령과 주기를 다르게 설정하자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가족력과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사람은 30대 초반부터 대장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집단은 40대 중반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검진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각종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병원 정보시스템도 이러한 맞춤형 스크리닝을 뒷받침할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의무기록, 건강검진 결과, 생활습관 데이터를 통합해 위험 패턴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 개발이 활발하다. 식이 습관과 체질량지수, 흡연 상태, 대사질환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대장내시경 필요성을 사전에 알리는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실제 임상 적용 단계에서는 과잉검진 우려와 비용 대비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젊은 층 대장암 증가는 공통 이슈가 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대장암 검진 권고 연령을 만 50세에서 45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조정됐고, 일부 학회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40세 이전 검진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생활습관 변화와 비만 증가를 반영해 연령 하향 조정, 고위험군 선별 전략 도입이 논의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령 기준 재설계’가 본격화된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국가암검진사업의 공식 대상 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 학계에서는 연령 조정과 고위험군 조기 개입을 위한 근거 마련에 나섰다. 45세 이후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시작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고, 가족력이 있거나 혈변·복통 등 경고 신호가 있는 경우 30대라도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동시에 검진 인프라와 보험 재정 부담,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함께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이 대장암 정밀검진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전체 정보와 생활습관 데이터를 연계한 맞춤형 검진 체계가 정착되면, 젊은 층 대장암 사망을 상당 부분 줄일 여지가 있다”며 “다만 기술 발전 속도만큼, 국가 검진 제도와 보험 체계가 얼마나 유연하게 변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젊은 층 발병 증가가 던지는 경고를 계기로, 조기 진단 기술과 정밀의료 인프라가 실제 검진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