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S 메시지로 청소년 지킨다…경찰청·KT, 맞춤형 범죄 예방 캠페인
리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RCS 기반 메시지가 청소년 범죄 예방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경찰청과 KT가 빅데이터 기반 타기팅과 멀티미디어 메시지 기능을 결합해, 폭발물 허위신고와 사이버 도박, 전동킥보드와 픽시 자전거 불법 사용 등 신종 청소년 범죄를 겨냥한 디지털 홍보에 나선 것이다. 통신사의 이용 데이터 분석과 고도화된 메시지 플랫폼이 결합되면서, 청소년 안전 정책과 통신 기술의 융합이 본격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경찰청과 KT는 2일 RCS 메시지를 활용한 청소년 범죄 예방 홍보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올해 11월 6일 폭발물 허위신고 예방 내용을 담은 1차 RCS 메시지를 발송한 데 이어, 12월부터는 사이버 도박과 개인형 이동수단 불법 사용 등으로 확산되는 신종 범죄 유형을 집중 안내하는 2차 캠페인을 시작한다.

RCS는 차세대 문자 메시지 표준 기술로, 기존 SMS와 달리 카드형 이미지와 버튼식 링크, 슬라이드 이미지 등 다양한 시각 요소를 포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카드당 최대 400자의 텍스트와 최대 3장의 이미지를 묶어 제공할 수 있어, 단순 문자 대비 정보량과 가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청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범죄 유형별 사례, 법적 처벌 수위, 예방 행동 수칙 등을 그래픽과 함께 전달해 청소년의 주의를 환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자사 통신망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메시지 타깃을 정교하게 추린다. 광고 문자 수신에 동의한 고객 가운데 연령, 관심사, 앱 사용 패턴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전국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RCS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게임, 스포츠 베팅 관련 앱 사용 패턴이나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행태는 사이버 도박 유입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특히 사이버 범죄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선별해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 대량 발송이 아니라 위험도에 따른 타기팅을 통해 메시지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메시지에는 청소년 본인을 대상으로 한 경고와 더불어, 학부모가 자녀의 도박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행동 변화 신호, 상담·신고 안내 등도 담긴다.
폭발물 허위신고, 사이버 도박, 전동킥보드와 픽시 자전거 불법 사용은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빠르게 확산된 신종 청소년 범죄 유형으로 분류된다. 메신저 방에서 이뤄지는 장난성 폭발물 신고, 온라인 게임 아이템과 연계된 도박성 베팅, 면허나 안전장비 없이 이뤄지는 킥보드 질주와 개조 픽시 자전거 주행 등은 즉각적인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 인식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디지털 예방 홍보는 비용 대비 도달 범위가 넓고, 실제 이용 행태에 기반해 잠재 이용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수단으로 주목된다. 특히 RCS는 단문 위주의 SMS와 달리 이미지, 아이콘, 바로 연결 버튼 등을 지원해,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직관적인 콘텐츠 구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동킥보드 불법 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장면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고, 한 번의 터치로 관련 법규 설명 페이지나 신고 채널로 이동하게 하는 식의 설계가 용이하다.
국내에서 통신사와 공공기관이 협력해 청소년 범죄 예방에 RCS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반면 해외에서는 통신망 기반 공공 메시지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보건 당국과 협력해 청소년 마약 사용 예방, 사이버 괴롭힘 방지 캠페인을 메신저와 모바일 알림 형태로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RCS 기반 청소년 범죄 예방 모델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경우, 향후 다른 디지털 헬스 및 안전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빅데이터 기반 연령·관심사 분류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투명성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통신 데이터는 민감 정보와 결합할 경우 개인의 생활 패턴을 상세히 드러낼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최소 수집과 가명 처리, 목적 외 이용 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유사 캠페인이 의료, 정신건강, 중독 예방 등으로 확장될 경우에는 보건 당국과 개인정보보호 당국의 가이드라인 정비도 필요해질 전망이다.
김호승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KT와의 협력으로 변화하는 청소년 불법 요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 방법을 널리 알리는 전략적인 홍보를 진행하게 됐다고 강조하며 청소년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걸 KT 서비스프로덕트본부장은 KT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메시지 전달 서비스를 진행하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경찰청과 함께 청소년을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예방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이번 RCS 기반 캠페인이 실제 범죄 억제와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향후 통계와 현장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