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M 등재로 미국 공략 속도전…셀트리온, 자가면역 포트폴리오 확대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운 셀트리온의 미국 전략이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와의 계약을 축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제약 시장에서 보험 환급 여부를 사실상 좌우하는 상위 PBM과의 등재가 잇따르면서, 출시 초기 단계부터 처방 접근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PBM 커버리지 확대가 국내 바이오기업의 미국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경쟁력 검증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셀트리온은 토실리주맙 성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의 정맥주사 제형이 미국 상위 5대 PBM 중 하나인 시너지 컬렉티브의 처방집에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됐다고 12일 밝혔다. 시너지가 관할하는 모든 공보험과 사보험 처방집에서 우선 처방이 가능한 급여 지위를 얻은 것으로, 출시 초기부터 폭넓은 환급 커버리지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내년 1월부터 환자 환급 적용이 가능해져 처방 확대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앱토즈마는 올해 10월 미국 시장에 출시됐으며, 당시 블루 크로스 블루 쉴드 미네소타주의 처방집에 등재되며 첫 보험 커버리지를 열었다. 불과 약 두 달 새 주요 보험사와 대형 PBM을 연달아 확보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임상적 동등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다른 대형 PBM과도 등재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번 시너지 컬렉티브 선호의약품 편입이 추가 계약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앱토즈마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정맥주사 제형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약가 경쟁력을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셀트리온 미국 법인은 주요 적응증인 류마티스 관절염 전문의 대상 영업과 학술 지원을 위해 현지 세일즈와 메디컬 인력을 확대 배치한 상태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피하주사 제형까지 추가 출시해 정맥주사와 병행 라인업을 구축, 투약 편의성을 중시하는 시장 수요까지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약 시장에서 PBM은 보험사와 고용주를 대신해 처방 목록을 설계하고 환급 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중개자로, 상위 5개 PBM이 전체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특정 치료제가 PBM 처방집, 특히 선호의약품 목록에 포함되면, 의사는 보험 적용을 전제로 처방을 내릴 수 있고 환자는 본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PBM 등재 여부와 급여 등급이 미국 내 점유율 확대와 실제 매출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는 구조다.
셀트리온은 앱토즈마 외에도 다수의 자가면역질환·골질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PBM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아달리무맙 성분의 유플라이마는 미국 3대 PBM 중 두 곳의 공보험 처방집에 이미 등재를 마쳤다. 회사 측은 미국 대형 보험 프로그램에서 유플라이마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처방 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으로 알려진 짐펜트라는 미국 3대 PBM이 운영하는 모든 공보험과 사보험 처방집에 등재돼 환급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피하 투여 방식은 환자가 병원 방문 대신 자가 투약을 선택할 수 있어, 만성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피하주사 제형을 통해 정맥주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치료 패턴을 흔들며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셈이다.
올해 3월 출시된 우스테키누맙 성분 스테키마 역시 미국 3대 PBM 중 두 곳의 공보험과 사보험 영역, 그리고 시너지 컬렉티브의 사보험 처방집에 등재돼 있다. 건선, 건선성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오리지널 약물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PBM 커버리지가 실질적인 시장 진입 문을 열어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질환 치료제 스토보클로 오센벨트도 지난달 미국 3대 PBM 중 한 곳과 5위권 PBM 처방집 등재를 완료했으며, 내년 1월부터 환급 적용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입장에서 미국 대형 PBM과의 계약 확대는 단순 유통 계약을 넘어, 제품 가치와 약가 경쟁력이 조합된 시장 검증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동일 적응증에서 다수 바이오시밀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PBM은 가격 할인 조건, 리베이트 구조, 임상 및 실제 사용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호의약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미국 시장에 데뷔한 제품들이 연이어 대형 PBM 처방집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셀트리온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의료비 절감과 환자 접근성 개선이 정책 목표로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보험자와 PBM은 동일 성분 내에서 보다 적극적인 제품 교체를 유도할 수 있다. 다만 약가 인하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조원가 구조와 생산 효율성이 수익성을 좌우할 수밖에 없어, 국내 기업들이 공정 최적화와 대량 생산 능력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미국 시장에 출시한 전 제품이 대형 PBM 처방집 등재에 성공하며 환자 처방 가속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고수익 후속 제품의 판매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실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의 미국 PBM 커버리지 확대가 실제 매출과 점유율로 얼마나 이어질지, 그리고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전반의 미국 진출 전략에 어떤 파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