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비로 소송비 썼나”…동덕여대 총장 검찰 송치에 공학 전환 갈등 격화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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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면서, 대학의 남녀 공학 전환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학생들은 총장에 대한 수사가 학내 민주주의와 의사 결정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당은 공학 전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초 김 총장을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총장은 학교 법률 자문 비용과 소송 비용 등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지적되는 지출을 교비 회계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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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여성의당이 김 총장과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 조진완 동덕학원 총무처장 등 학교 임직원 7명을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조사 끝에 김 총장을 제외한 6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김 총장 송치 소식이 알려지자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은 5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냈다. 재학생 연합은 “김 총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검찰 송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동덕여대가 학내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한 걸음으로 다가갔음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번 수사가 대학 운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학 전환을 둘러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재학생 연합은 이달 4일 대학본부가 공개한 외부 용역 자료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대학본부는 지난해 학생들이 요구했던 민주적 의사 결정, 투명성 확보, 학생 참여 보장이라는 기본적 원칙을 수용하겠다고 말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발표는 그 모든 약속이 사실상 공허한 말뿐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은 학사 구조 개편과 공학 전환 논의에 활용된 평가 기준과 참여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재학생 연합은 “의사 결정 구조는 왜 학생 약 3천명과 교직원 163명이 같은 1표인지, 어떤 기준으로 학과 경쟁력이 평가됐는지, 지표 산출 방식은 무엇인지 등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질문들에조차 알 수 없다거나 이 사안과 관련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본부는 투명성을 실현하기는커녕 본인이 져야 할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모습만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외부 용역 결과 공개 방식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학생 연합은 “외부 용역 자료는 민주성, 투명성, 학생 참여라는 기본적 원칙과 거리가 매우 멀다”며 “대학 본부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형식적인 ‘학생 참여’를 말로만 언급한다. 이는 보여주기식 행동일 뿐 실질적인 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공학 전환 여부와 학과 구조 조정 과정에 학생 대표와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당은 4일 공식 SNS에 글을 올려 김 총장의 검찰 송치 사실을 언급하며 오는 9일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여성의당은 “반민주적 공학 전환에 맞서 학생 주체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싸우고 있는 학생들을 지지하며 동덕여대 총장과 재단의 위선적인 비리를 알리고 공학 전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김 총장의 교비 횡령 의혹 수사 경과와 함께, 대학 측의 공학 전환 추진 방식과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집중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당뿐 아니라 학생 단체와 졸업생, 여성단체 등이 참여해 연대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 본부는 공학 전환과 학사 구조 개편이 대학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의 법적·재정적 책임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일방적인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비 사용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 판단 단계로 넘어간 만큼, 공학 전환 논의 자체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총장에 대한 혐의 인정 여부와 기소 수위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거쳐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대학 운영 책임과 이사회 관리·감독 구조를 둘러싼 추가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 공학 전환 정책의 향배와 학내 민주주의 제도 개선 논의는 당분간 학생과 학교, 시민사회 간 공방 속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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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김명애총장#여성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