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진전 있으나 핵심은 여전히 미지수”…미국 한반도 전문가들, 팩트시트 평가와 트럼프 행정부 전망
한미동맹의 진로와 핵심 안보 현안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발표된 한미 정상의 ‘공동 팩트시트’를 두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동맹 진전의 시그널은 분명하지만, 여전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8월과 10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약 2주간 이렇다 할 공동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으로 팩트시트를 내놓은 것은 의미 있는 전진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실제 핵심 이행을 둘러싼 진통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정상회담 이후 공동 성명이나 팩트시트가 오랜 기간 나오지 않았던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양 정상이 공동의 팩트시트를 국민에게 내놓은 것은 동맹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8월 워싱턴, 10월 경주 정상회담 모두 결과물 부재가 논란이 됐던 만큼, 이번 공동 발표는 일정 부분 ‘안도감’을 준다는 평가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이번 팩트시트가 “한미가 합의한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다”면서도 “일부 분야 모호성이 여전하며, 핵심 영역의 세부 실행 계획에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같은 전략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을 열었지만’ 실제 실행 속도, 역내 반발 등은 한국 측의 신중한 판단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앤드루 여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대해서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사안에는 일단 ‘예스’라고 해놓고 이후 세부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핵잠수함 건조 및 방산 협력의 구체 조건, 건조 장소, 경제적 이해관계 등에서 양국이 앞으로 상당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의 구체 병력 수를 명시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여 석좌는 “한국은 인원 숫자 명시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며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주둔 인원의 정확한 규모보다 미군 역할 자체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팩트시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슈와 미국 무기 구입 확대·방산협력 강화 문제를 연결 지은 대목도 기존 미 정부와 차별화된 접근으로 해석했다.
이번 공동 팩트시트에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고, “한국이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 주도 능력 강화를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미국 첨단 무기 체계의 확보와 양국 방산협력 확대가 포함된다.
관세와 무역·투자 관련 변수도 거론됐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이 합의 이행에 소극적일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원상복귀할 실질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미 관계는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며, 공화당의 지방선거 패배, 미국 내 경제정책 방향, 여론 동향 등 다양한 요소가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랩슨 전 대사대리는 “연방 대법원이 몇 주 내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관세 권한을 무효화한다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며 사안의 불확실성을 부각했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이번 팩트시트가 일단 한미동맹의 ‘가시적 진전’을 보였다는 평과 동시에, 쟁점 현안에 대한 불확실성, 향후 추가 협상의 여지, 한국국민의 안보 불안감 등 복합적인 함의를 띠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정상의 공동 메시지가 한미관계의 긴장 요소를 얼마나 조율할지, 여야와 국민의 반응이 주목된다.
향후 양국 정부는 추가 실무협상, 무역·안보 협력 방안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가에서는 내년 대선과 국제정세 등 다양한 요인이 한미동맹의 향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