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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코마 굿즈 뽑기 나왔다…카카오 일본 매출 반등 카드 주목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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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애니메이션 기반 지식재산을 실물 굿즈로 확장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카카오의 새 해외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을 확보한 픽코마가 온라인 쿠지 형태의 굿즈 뽑기 서비스에 나서면서,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실물 상품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익 모델이 실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내건 해외 매출 비중 30퍼센트 목표 달성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시도가 일본 팬덤 경제를 파고드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일본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이달 초 일본 시장에 온라인 쿠지 서비스 픽코마쿠지를 공식 도입했다. 스마트폰 앱 내에서 인기 작품을 감상하던 사용자가 유료 결제 후 뽑기를 실행하면, TV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 성진우 한정 피규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실물 굿즈가 당첨되는 구조다. 당첨 결과를 앱에서 바로 확인하고 상품 배송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플랫폼 안에서 처리해, 콘텐츠 이용과 굿즈 소비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픽코마쿠지는 나 혼자만 레벨업,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격투 스킬을 연마한 최강 네크로맨서, 공백을 채우는 결혼 기한이 정해진 공작 부인은 굴하지 않는다 등 4개 작품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최상위 A등급 리워드는 약 20센티미터 규모의 성진우 피규어이며, 이외에도 키홀더, 핀배지, 스티커 세트, 아크릴 스탠드 등 휴대용 소형 굿즈부터 전시용 아이템까지 다양한 등급을 구성해 팬 선호도와 지불 의사에 따라 세분화된 수요를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픽코마는 일본 웹툰·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명, 연간 거래액 1000억엔을 웃도는 규모로 성장한 플랫폼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이런 트래픽을 기반으로 최근 2년간 엔화 기준 매출 한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왔고, 올해 3분기에는 엔화 기준 분기 최대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일본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플랫폼 체류시간과 결제 전환율을 높여온 만큼, 굿즈 사업은 기존 이용 기반을 활용해 추가 매출을 창출하려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픽코마쿠지는 한 작품에 오래 머무르는 고관여 팬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감상 이후 실물 소장 욕구로 이어지는 소비 패턴을 겨냥했다. 플랫폼 내에서 형성된 팬 경험을 앱 결제, 실물 굿즈 수령, SNS 인증까지 연결하면 작품별 데이터 축적과 마케팅 효율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 독자가 어느 매장에서나 살 수 있는 범용 캐릭터 상품이 아닌, 플랫폼 한정 굿즈를 통해 지불 프리미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주목된다.

 

카카오 그룹 전체 전략 측면에서도 픽코마의 행보는 중요하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2년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선언하며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퍼센트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콘텐츠 매출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광고·커머스 환경도 녹록지 않으면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은 약 1조2676억원, 전체 매출 대비 21퍼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카카오는 이에 따라 인공지능 사업 확대와 카카오톡 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병행하는 가운데, 검증된 해외 거점인 일본 픽코마에서 신규 수익원을 더해 외형과 마진을 동시에 보강하려는 상황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프랑스 법인 청산으로 유럽 사업을 정리하고, 일본 시장에 역량을 재집중했다. 한국 웹툰 기반 인기 IP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 현지 작품 비중을 키우는 전략과 함께,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애니메이션, 게임, 실물 굿즈 등으로 다각 전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픽코마쿠지는 이런 IP 확장 전략의 연장선에 위치한 서비스로, 플랫폼 자체가 라이선스 사업의 허브로 작동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굿즈 뽑기 모델은 일본 콘텐츠 시장 문화와도 맞물린다. 일본은 오랜 시간 축적된 캐릭터·라이선스 산업과 애니메이션 머천다이징 시장을 바탕으로, 특정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오시카츠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서 작품을 보고,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고, 한정판 굿즈를 소장하는 팬 활동이 하나의 생활 패턴으로 정착해 있어, 플랫폼 안에서 바로 연동되는 쿠지 서비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데이터도 성장 여지를 가리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약 169억7800만달러로 일본 전체 콘텐츠 시장의 13.5퍼센트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2028년 약 198억8900만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캐릭터와 IP 기반 소비가 콘텐츠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재확인되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굿즈 유통과 기획에 참여하는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온라인 쿠지 방식은 일본 내에서 이미 여러 사업자가 경쟁 중인 영역이다. 지역 이벤트와 연계된 오프라인 쿠지, 애니메이션 전문점과 협업한 한정 상품, 장기 팬덤을 보유한 대형 IP 기반 공식 숍 등과 비교했을 때, 픽코마쿠지가 어떤 차별화된 라인업과 연출, 가격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캐릭터 표현과 상품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물류비와 재고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단기 수익보다 장기 IP 가치 제고 관점에서 기획하는 접근이 중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주도의 IP 확장 실험이 카카오의 해외 매출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 만화 플랫폼에 머물렀던 픽코마가 굿즈, 애니메이션, 2차 라이선스까지 확장하면, 일본 내에서 카카오 브랜드의 존재감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내외 경쟁 플랫폼도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IP 확보와 팬 데이터 분석 능력이 중장기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는 글로벌 1위 만화 플랫폼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픽코마와 픽코마쿠지를 통해 작품을 깊이 향유하려는 독자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픽코마쿠지가 카카오픽코마의 수익 구조를 얼마나 개선할지, 더 나아가 카카오 그룹의 해외 성장 전략에서 굿즈 비즈니스가 어떤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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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픽코마쿠지#나혼자만레벨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