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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 기반 일만사 관리…웰체크, 동네의원 진료 혁신 주목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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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 기술이 동네의원의 만성질환 관리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의료 IT 기업 엠서클이 운영하는 의사전용 플랫폼 닥터빌에서 웰체크 기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일만사 혁신 사례가 공유되며, 데이터 중심 외래 진료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이 꾸준히 오르고 관리 지표가 정체된 상황에서, 업계는 이번 사례를 일차의료 디지털 전환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엠서클은 닥터빌을 통해 웰체크 디지털 헬스 솔루션 기반 일만사 혁신 사례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세미나에는 국내 의료진 약 4300명이 참여해, 일차의료 현장에서의 만성질환관리사업 운영과 디지털 헬스 도입 효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발표를 맡은 세실내과 이치훈 원장은 2021년부터 웰체크를 도입해 일만사를 운영해 온 경험을 공유했다.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당뇨병 조절률은 약 40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보다 적극적인 관리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세실내과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 상태를 진료실 밖까지 연장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웰체크는 환자가 모바일 앱에 입력한 혈당, 혈압, 복약 여부,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습관 데이터를 의료진 전용 앱으로 자동 전송하는 구조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료실에서는 변화 추이와 위험 신호를 한눈에 파악해, 기존 문진 중심 진료보다 정량적이고 정밀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치훈 원장은 웰체크 도입 후 진료 효율성이 뚜렷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압 수첩을 일일이 넘겨보며 평균값과 시기별 변동을 계산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환자별 평균 혈압과 시간대별 패턴을 1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어 진료 시간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남는 시간은 생활습관 교정 상담과 약제 조정 등 질 관리에 더 배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기반 관리가 개별 환자의 예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이어졌다. 이 원장은 190에 98밀리미터수은주 수준의 고혈압임에도 치료를 장기간 미뤄 온 60대 환자를 예로 들었다. 웰체크로 일상 혈압 기록을 축적한 뒤 이를 토대로 약 복용과 생활습관 개선 계획을 세운 결과, 2주 만에 혈압이 점차 안정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일시 측정이 아니라 연속 데이터가 환자 설득과 치료 전략 수립의 근거로 작용한 셈이다.  

 

당뇨 환자처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집단에서는 위험 예방 효과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한 환자의 경우 새벽 2시경 혈당이 77까지 떨어지는 패턴이 웰체크 앱 기록으로 포착됐다. 이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공유되면서 저혈당 쇼크 위험이 조기에 인지됐고, 이후 인슐린 용량과 투여 시간 조정, 야간 간식 조언 등 맞춤형 계획을 세워 저혈당 예방 교육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 업무 자동화도 디지털 솔루션 도입의 중요한 효과로 꼽혔다. 웰체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지원 기능을 통해 환자 동의서와 문진표를 전자 서명 형태로 관리하고, 포괄 평가와 관리 계획 수립, 교육 상담 내용 기록 등 다수의 반복 업무를 시스템상에서 처리한다. 이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의료진의 서류 작성과 행정 입력 부담이 줄고, 진료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자 측면에서는 복약 알림, 생활습관 기록, 교육 콘텐츠 제공 기능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짧은 외래 진료 시간 동안 전달되기 어려운 당뇨와 고혈압 관리 교육 자료가 앱을 통해 반복 제공되면서,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수치를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웰체크 기반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이 병원과 앱을 통해 상시로 연결돼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측정 기록 도구를 넘어 환자 참여형 관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웰체크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4000개 이상의 의원으로 알려졌고, 일만사 참여 기관과 일반 만성질환 관리 기관을 중심으로 확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웰체크와 같은 디지털 헬스 솔루션이 일차의료에서 표준 도구로 자리 잡을 경우, 만성질환 관리의 질과 효율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헬스로 진료의 연속성과 데이터 기반 결정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러한 플랫폼이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깊이 안착할지, 그리고 향후 건강보험 제도와 만성질환 관리 정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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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체크#엠서클#닥터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