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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마약 경고”…식약처, 청소년 예방콘텐츠 확산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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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주도의 디지털 마약 예방활동이 제도권 교육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동영상, 버스킹 공연, 온라인 소식지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또래 눈높이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전달하는 시도가 늘면서, 정부는 이를 체계적인 교육자료로 전환해 전국 학교 현장에 보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의 보건 규제와 청소년 참여형 디지털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마약 예방교육 방식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2025 마약 예방활동 우수사례 공모전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공모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총 60건이 접수됐고,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우수성, 전문성,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그 결과 예방활동 분야 8점, 콘텐츠 분야 5점 등 총 13점이 우수작으로 선정됐고, 선정작은 마약청정 대한민국 누리집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예방활동 우수사례에는 세종시 다정중학교 건강 놀이 연구회 등 8개 팀이 포함됐다. 이들은 교내 마약 예방 소식지 제작, 마약 예방 버스킹 공연, 게릴라 콘서트, 마퇴의 날 예방 홍보사진 콘테스트 등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구성해 교내외로 확산했다. 특히 오프라인 공연과 사진 콘테스트를 디지털 기록물로 남겨 학교 홈페이지와 지역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등, 콘텐츠의 재사용성과 접근성을 높인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영상, 카드뉴스 등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이 주목받았다. 황다경 공주대학교 학생의 영상 콘텐츠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발생한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스토리 구조를 통해, 마약의 위협이 일상 속 가까운 관계를 통해 스며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서사와 인물 중심 구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하기 용이한 길이와 편집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이번 공모전 수상작을 기반으로 2025 마약 예방 활동 사례집을 제작해 전국 교육청에 배포할 계획이다. 사례집에는 각 학교와 청소년 단체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캠페인 구조, 운영 방법, 디지털 도구 활용 방식 등이 정리된다. 교육청과 학교는 이를 참고해 초중고, 대학교, 청소년센터에서 자율적인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어, 중앙정부 주도 일방향 교육에서 현장 맞춤형·참여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가속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공중보건 정책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제작한 포스터나 홍보 동영상뿐 아니라 학생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짧은 영상, 웹툰, 온라인 퀴즈 등 인터랙티브 형식의 콘텐츠가 보건 교육에 도입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국외에서도 청소년 참여형 디지털 마약 예방 프로그램이 공중보건 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학생 제작 영상 공모전, 소셜미디어 기반 캠페인,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권 교육과 연계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번 공모전과 사례집 발간이 표준 모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예산, 교사 연수, 디지털 장비 등 인프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과 학교 간 디지털 환경 격차가 클 경우, 학생이 제작한 우수 콘텐츠가 일부 학교에만 활용되는 편차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또한 SNS 공유 과정에서 자극적 표현이나 특정 집단 낙인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과 윤리 교육을 병행할 필요도 제기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청소년기 인식 형성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마약류 인식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마약 예방 우수활동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소년과 청년이 스스로 마약을 예방하는 문화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교육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활용과 현장 자율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청소년 마약 예방 정책의 실효성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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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마약예방활동#청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