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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 40퍼센트 폭등”…스마트폰 원가 급등에 ASP 7퍼센트 뛴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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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산업 전반의 판도를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D램 등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2026년까지 스마트폰 제조원가가 두 자릿수 비율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비 상승은 완제품 가격과 제품 구성 전략에 직격탄을 주며,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평균판매가격 급등을 촉발할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는 메모리 수급난이 스마트폰 교체 주기, 브랜드별 수익성,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내년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당초 전망보다 2.6퍼센트포인트 낮아진 2.1퍼센트 감소가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이 수요 둔화와 라인업 조정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다. 브랜드별로는 애플이 2.2퍼센트, 삼성전자가 2.1퍼센트, 샤오미가 1.8퍼센트, 비보가 1.2퍼센트, 오포가 1.3퍼센트, 아너가 3.4퍼센트 역성장할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글로벌 제조사 대부분이 출하량 감소 국면에 진입하는 셈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폭은 단순 원가 인상 수준을 넘어선다. 카운터포인트는 2026년 2분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40퍼센트가량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D램 가격 급등으로 저가 스마트폰의 자재명세서 비용은 약 25퍼센트, 중가 제품은 15퍼센트, 고가 제품은 10퍼센트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2026년 2분기까지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 수준의 추가 비용 상승이 더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메모리가 스마트폰 BoM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메모리 단가 변동이 곧바로 완제품 수익성과 가격 정책에 직결되는 구조다.

 

메모리는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함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고해상도 카메라, 고주사율 디스플레이, 대용량 앱 구동에는 높은 용량과 대역폭을 가진 D램이 필수다.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과 대규모 게임 콘텐츠 수요로 메모리 탑재 용량이 세대별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단가가 급등하면, 제조사는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부품 스펙을 희생해 전체 원가를 맞추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특히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은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어, 개별 업체가 협상력이나 단기 조달 전략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 영향은 가장 가격 민감도가 큰 저가 라인업에서 먼저 드러난다. 2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은 가격대 특성상 판매가를 크게 올리기 어렵다. 카운터포인트는 이러한 구간에서 원가 전가가 막힐 경우, 제조사들이 저가 SKU 물량을 과감하게 줄이며 포트폴리오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질적으로는 저가폰 공급 감소와 특정 시장에서의 브랜드 존재감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중가 이상 제품에서는 메모리 구성을 조정하거나 다른 부품 사양을 낮추는 방식으로 원가를 상쇄하려는 시도가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일부 모델에서는 성능 조정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특정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모듈, 잠망경 줌 솔루션,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 메모리 구성 등에서 다운그레이드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외형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은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즉각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의 부품 사양을 조정해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사진 처리 속도, 멀티태스킹 안정성, 고해상도 영상 재생 등 체감 품질이 미묘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격 측면에서는 소비자 부담이 상당 기간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내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전년 대비 6.9퍼센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월 전망 당시 제시했던 3.9퍼센트 상승 기대치를 크게 상향 조정한 수치다. 메모리 인상분이 단기간에 흡수되기보다는, 출하량 축소와 라인업 상향 전략을 통해 구조적으로 ASP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같은 체급의 기기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예산을 유지하려면 이전 세대보다 낮은 성능의 제품을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제조사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부품 재사용과 포트폴리오 간소화, 플래그십 중심 재편이다. 전 세대 부품을 재활용해 개발비와 검증비를 줄이고, 중복되는 모델을 통폐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동시에 프로나 울트라급 고사양·고가 모델에 마케팅과 생산 역량을 집중해, 평균판매가격과 마진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유인이 커진다. 또 다른 방향은 디자인 차별화를 강화해 소비자의 업그레이드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외관과 폼팩터 변화를 통해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회사는 고가 플래그십폰 비중이 높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만큼,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이나 메모리 구성 조정이 이뤄져도 수요가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대량 구매를 통한 부품 조달 협상력, 자체 칩 설계나 생태계 결합 전략도 원가 압박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점유율 확대 여지가 제한적이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국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을 상쇄할 마진 여유가 부족해, 출하량·수익성·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복합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양 왕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시장 점유율과 이윤 폭을 관리할 여지가 많지 않은 다른 업체들에게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 OEM 사이에서 부담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이 메모리 가격 사이클에 다시 한 번 휘둘리는 가운데, 업체별 대응 전략과 소비자 수요 변화가 향후 2년간 시장 구조를 재편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메모리 공급 안정과 제품 가격, 체감 성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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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포인트#삼성전자#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