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내란 연루돼 국민 위험 빠트렸다”…안규백, 12·3 계엄 1년 앞두고 공식 사과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논쟁과 군의 역사 인식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국방부 수장으로 선임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1년을 앞두고 군의 내란 연루를 인정하며 공식 사과에 나서면서, 군 통수 구조와 문민통제 강화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안규백 장관은 2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린 국방부 장관 안규백 12·3 비상계엄 1년 담화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우리 군이 내란에 연루돼 도리어 국민 여러분을 위험에 빠뜨리고, 무고한 국군 장병 대다수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점,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무단 침탈한 중대한 과오를 저지른 점에 대해 우리 군을 대표해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스스로를 “64년 만의 문민 장관이자 국민주권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이라고 규정하며 취임 이후 기조를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렸다”며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자국이 내란 종식과 문민통제 확립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종일관 전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25일 장관 취임 이후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우선 군 지휘부 쇄신을 첫 번째 성과로 제시했다. 이어 합동참모의장과 육군·해군·공군 총장이 12·3 사태와 관련된 내란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한 점을 언급했다. 계엄 당시 방첩사령부 소속 장성급 장교 전원을 원직에 복귀시킨 결정도 포함했다.
또 내란 관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군 내부 헌법교육 강화와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 법제화 추진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군 장병이 헌법 가치에 기반해 판단하고 명령의 정당성을 따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안 장관은 12·3 내란의 뿌리가 한국 현대사의 군사 쿠데타와 국가폭력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2·3 내란의 토양은 5·16군사정변, 12·12쿠데타, 5·18광주학살 등 우리 현대사의 상흔 속에서 부족했던 성찰과 적당한 타협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침표를 찍지 않고서는 다음 문장을 쓸 수 없듯이 반복된 과오를 직시하지 않고서는 군의 명예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군 내부 문화 변화 필요성도 강하게 환기했다. 안 장관은 “곳곳에 숨겨진 내란은 결코 국민의 그물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책임 회피와 침묵의 관행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군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적당주의의 유혹과 결별하고, 시시비비를 분별할 수 있는 명민한 지성과 쇄신하는 용기를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내란 연루 인정은 향후 군 사법제도 개편과 인사 검증, 계엄제도 재정비 논의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12·3 계엄 사태의 전모를 규명하고 관련 책임 소재를 재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향후 계엄 발동 요건과 통제 절차를 재점검하는 한편, 부당 명령 거부권 법제화 논의를 병행해 군의 문민통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