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디지털 콕핏 전환”…삼성디스플레이 OLED, 차세대 슈퍼카 전략→협력 구도
슈퍼카 시장의 상징적 브랜드로 꼽히는 페라리가 차세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고급차 인테리어의 무게중심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양사는 새로운 차량에 탑재될 OLED 패널을 통해 초박형 베젤과 높은 명암비, 우수한 색재현력을 앞세운 디지털 콕핏을 구현해 개인 맞춤형 인터페이스와 몰입감 높은 주행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기계식 계기판의 미학을 중시해 온 페라리가 적극적인 디지털화를 선언한 셈으로, 전장 디스플레이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차량용 OLED 패널은 베젤 두께를 최소화해 대시보드 설계의 자유도를 넓히고, 깊은 블랙 표현과 높은 대비를 바탕으로 야간 주행 시 정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 분할 구성이 용이한 특성을 활용해 운전자 계기 클러스터, 센터 인포테인먼트, 동승자 전용 디스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구성도 가능해진다. 특히 다채로운 색 표현력은 주행 모드, 내장 테마, 사용자별 프로필을 정교하게 시각화하는 기반이 돼, 고성능 파워트레인 중심이던 슈퍼카 가치 체계를 디지털 경험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전망이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 총괄은 OLED 패널 설계와 제조에서 축적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문성이 페라리의 차세대 모델에서 디지털 환경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사가 추진하는 기술 협력이 첨단 모빌리티가 소비자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산업과 긴밀히 얽혀가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산업 간 기술 교류라고 설명했다. 페라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대화면 탑재가 아니라, 운전자와 차량의 상호작용 방식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정교한 그래픽과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주행 경험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진우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이번 협력이 자사의 기술 리더십을 입증할 기회가 될 뿐 아니라, 고급차 브랜드와의 전략 제휴를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혁신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고급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축적된 레퍼런스가 중장기적으로 대중차급 전장 비즈니스 확대를 뒷받침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고급차 브랜드가 선택한 패널 기술과 사용자 경험의 기준은 이후 다른 완성차 업체의 인테리어 전략과 부품 조달 방향에 선행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장 디스플레이 시장은 차량용 OLED와 미니 LED, 고급 LCD 패널이 경합하는 다층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OLED는 높은 명암비와 자유로운 곡률, 디자인 유연성을 앞세워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고, 미니 LED와 고급 LCD는 내구성과 비용 효율을 기반으로 중고가 볼륨 모델에 주로 탑재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라리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은 차량당 탑재 화면 수 증가와 화면 크기 확대라는 구조적 추세 속에서, 하이엔드 세그먼트가 어떤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준점으로 삼을지 보여주는 상징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슈퍼카 브랜드가 채택한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단기적으로는 선택 사양 수준에 머물 수 있으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과 자율주행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필수적인 인포테인먼트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운전자 도움 기능, 주행 데이터 시각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 내 콘텐츠 소비가 모두 디지털 패널을 매개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급차에서 시작된 OLED 기반 디지털 콕핏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위 중형 세단과 SUV, 고급 전기차로 점차 확산되면서, 전장 디스플레이 공급망 재편과 부품 단가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통적 감성 품질과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사이의 조화도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중시하는 고급차 업체는 물리적 버튼과 금속, 가죽 소재가 주는 촉감과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페라리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은 그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가늠하게 하는 첫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차세대 모델의 실내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구현 방식이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디지털 전략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