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데이터센터 진출 M&A 추진"...성호전자, 엔비디아 밸류체인 기대에 상한가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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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전자 주가가 AI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편입 기대를 타고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 부품 기업 인수 추진과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공개되면서, 단순 전자부품 제조사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단기 과열과 중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구분한 전략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9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성호전자 주가는 5,01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9.79% 상승했다.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달까지 3,00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12월 들어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5일·20일 이동평균선을 가파르게 상향 돌파하며 6개월간 이어진 기간 조정 구간을 마무리한 모습이다.

[분석] AI 데이터센터로 체질 개선… 성호전자, 엔비디아 밸류체인 합류 기대감에 '상한가'
[분석] AI 데이터센터로 체질 개선… 성호전자, 엔비디아 밸류체인 합류 기대감에 '상한가'

이번 주가 변동을 이끈 핵심 재료는 데이터센터 부품 기업 인수 추진 소식이다. 성호전자가 엔비디아 자회사 멜라녹스를 고객사로 둔 에이디에스테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성호전자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에 5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 공격적인 사세 확장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매수세를 자극했다.

 

수급 측면에선 뚜렷한 손바뀜이 관찰된다. 지난 8일 외국인 투자자는 약 23만 주를 순매도하며 보유율을 2.0% 안팎까지 낮췄지만,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물을 개인과 기타 법인 등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이날 거래량은 389만 주 수준으로 평소 대비 급증해 수급 주체 간 손바뀜과 함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섹터 내 상대 성과도 두드러진다. 2차전지·전자부품 업종 내 주요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보합 내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성호전자는 개별 모멘텀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장주식수는 약 7,092만 주, 시가총액은 3,553억 원으로 코스닥 268위 규모다.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집 탓에 뉴스·이슈에 대한 주가 탄력성이 크게 나타난다는 평가다. 외국인 비중이 2%대에 머무는 점은 단기적으로 수급 빈집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적과 주가 수준 사이 괴리는 존재한다. 성호전자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2,081억 원, 영업이익 259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년에는 전방 수요 둔화 여파로 일부 분기에서 적자 전환하며 수익성이 둔화됐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현재 주가 급등은 실적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구조 재편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선 자기자본 대비 약 0.48배 수준으로 추정되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이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평가 여지를 키우고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다. 성호전자는 레거시 전자부품 중심 구조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에이디에스테크 인수를 단순한 재무 투자라기보다 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이디에스테크가 보유한 고신뢰성 부품 기술과 엔비디아 밸류체인 레퍼런스, 성호전자의 전원공급장치와 콘덴서 기술이 결합할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화 분야에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성호전자는 500억 원 규모 CB 발행과 정관 변경을 통한 발행 예정 주식 수 확대를 결정하며 추가 M&A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달 자금 사용처로 타법인 증권 취득을 명시하면서, 이번 인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연속적인 밸류업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제조 중심이던 비즈니스 모델을 기술 투자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산업 환경도 우호적인 편이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발열 관리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고성능 콘덴서와 파워 모듈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호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이륜 전기차 충전 분야 점유율 1위 자회사를 보유하고, 한화솔루션에 태양광 인버터용 콘덴서를 공급하는 등 전력 변환·제어 분야 트랙 레코드를 축적해왔다. 이러한 기반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결합되면서 전기차 충전, 태양광, AI 인프라를 아우르는 멀티 테마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관련 테마 안에서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성호전자는 전기차 충전, 태양광 관련주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 M&A 이슈를 계기로 AI 인프라 및 반도체 관련주 성격이 강화됐다. 글로벌 AI 하드웨어 업종 강세가 국내 증시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성호전자가 쥐고 있는 전력과 데이터 키워드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단기적 과열과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연이은 상한가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투자경고 종목 지정 등 시장 규제 리스크도 변수로 거론된다. 기술적으로는 5,000원대 안착 여부가 1차 관전 포인트로, 조정 시 4,300원 선이 주요 지지 구간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변수는 전환사채로 인한 지분 희석 가능성이다. 500억 원 규모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잠재 매도 물량인 오버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인수 대상 기업의 실제 실적 기여도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향후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 구간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국면을 활용한 분할 접근, 손절·익절 기준 설정 등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향후 주가 흐름은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작업의 마무리 여부와 실적 연결 시점, AI 데이터센터 시장 내 수주 성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강화될 수 있지만, 글로벌 IT 투자 둔화나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의 변수도 상존한다. 시장에서는 신사업 성과, 자금 조달 구조, 주요 고객사 동향 등 후속 공시를 촘촘히 점검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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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전자#엔비디아#ai데이터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