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달러 기업가치로 상장 검토”…스페이스X, 내년 IPO 추진에 글로벌 자본시장 촉각
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내년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글로벌 자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 상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기술기업 중심의 신규 상장 흐름이 미국 IPO 시장 전반의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약 1조5천억달러(약 2천207조원)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내년 중후반 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장을 통해 최소 300억달러(약 44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으며, 조달 규모가 확정될 경우 지금까지 기록된 IPO 중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경영진과 자문단이 시장 환경과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상장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같은 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25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시나리오를 별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내년 6∼7월 상장을 목표 시점으로 은행들과 협의를 시작했으며, 시장 평가에 따라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기술주 재상장 흐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일부를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 반도체 칩 확보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인터넷망과 데이터 인프라를 결합해 차세대 통신·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소식통들은 스페이스X가 발사체 사업에 더해 데이터 처리·반도체 확보 경쟁까지 동시에 강화하며, 우주 기술과 디지털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올해 연간 매출은 약 150억달러(약 22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내년에는 220억∼240억달러(약 32조∼35조원) 범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Starlink)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가입자 증가와 서비스 지역 확대로 이 부문 성장세가 전체 매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 이후 군·민수 통신 인프라로 스타링크 활용도가 부각된 점도 성장 기대를 키워온 배경으로 꼽힌다.
스페이스X의 투자자 구성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장기 투자자로는 피터 틸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를 비롯해 발로르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 등 다수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와 알파벳(Alphabet) 산하 구글(Google)도 주요 투자사로 이름을 올려,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월가 자본이 폭넓게 얽힌 대표적 비상장 기업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IPO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상장으로, 당시 약 290억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스페이스X가 이번에 300억달러 안팎의 공모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기업 중심이던 초대형 IPO 기록을 우주·기술기업이 갈아치우는 상징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산업 구조의 무게중심이 에너지에서 첨단 기술과 우주 산업으로 이동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성사시킬 경우, 다른 대형 비상장 기술기업들의 증시 입성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통신사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역시 내년 IPO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국 IPO 시장에서 기술기업 중심의 신규 상장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미국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머저마켓(Mergermarket)의 주식시장 책임자 사무엘 커는 “이 모든 거래가 성사된다면, 올해 이미 싹이 트기 시작한 미국 IPO 시장이 진정한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상장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미국(USA) 증시는 물론 유럽(Europe)과 아시아(Asia) 주요 거래소에도 모험자본 유입을 자극해 글로벌 IPO 경쟁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스페이스X의 구체적인 상장 구조와 지분 매각 범위, 머스크의 의결권 유지 방식 등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스페이스X의 IPO 추진이 우주 산업과 글로벌 자본시장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