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언급 빠진 이유, 작성방침 달라서"…위성락, 美안보전략보고서 해석 절제 주문
미국 국가안보전략을 둘러싼 해석 공방과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은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북한 언급이 사라지자 외교가 해석이 갈리는 가운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북한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보고서 작성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며 북핵 문제의 비중 축소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했다.

위 실장은 "작성의 기본 방침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중심으로 기본 방침을 기술해, 구체적 지역 분쟁이나 주요 현안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핵심 전략 방향에 초점을 맞춘 상위 문서인 만큼,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개별 현안은 별도 전략 문서로 분리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교가의 과도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거나 미북 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북 대화 재개 여부는 전망하기 어렵고 긍정, 부정 가능성이 다 열려있다"고 언급해, 대화 재개를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유동적 국면임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5일 현지시간으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내놓았을 때, 북한 문제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당분간 북미 대화에 나설 의지가 크지 않다는 관측과 함께, 북한 비핵화 원칙의 강도를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상반된 해석이 동시에 제기돼 왔다.
그러나 위 실장은 보고서의 주안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들어, 당장 정책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도자료형 해석을 경계하면서, 전략 문서 구조와 기조를 먼저 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셈이다.
실제 조 바이든 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한이 3차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는 북한이 17차례 등장했다. 미국 행정부와 대북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문건 내 비중이 조정돼 온 만큼, 숫자만으로 현 정부의 관심도를 재단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같은 자리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반도 관련 문구 부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한반도 관련된 사안을 포함해 미국의 전체적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평가 대신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석이 계속 엇갈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 견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재정비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핵·미사일 위협이 상수로 굳어진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별도 작전계획과 군사·외교 하위 문서에 담는 방식으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된다.
정부는 미국의 후속 문건과 실질적 대북 조치를 면밀히 추적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향후 미국 측과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한반도 관련 우려를 공유하고, 국회 보고와 외교 라인 브리핑을 통해 국내 여론과도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