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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주름 비대칭”…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조기 발견이 관건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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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영유아 정형외과에서 흔히 마주치는 질환으로 꼽히면서, 출생 직후부터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질환은 신생아 1000명당 1.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그러나 허벅지 주름이나 다리 모양의 비대칭을 보고도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길 경우, 단순 보조기 치료로 끝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전신마취와 수술이 필요한 단계로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생후 3개월 전후의 진단 여부가 평생 보행 기능과 고관절 건강을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출생 시점부터 엉덩이뼈와 허벅지뼈가 만나는 고관절 부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대퇴골두가 엉덩이뼈의 소켓에서 부분적으로 벗어나 있거나 완전히 빠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관절은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관절이어서, 성장 초기의 구조적 이상이 방치될 경우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진단 시에는 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분당서울대병원 설명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이전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확인되면, 보조기를 이용해 대퇴골두가 올바른 위치에 자리 잡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단한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생후 3개월 이전에 진단해 보조기 치료를 시작하면 고관절 구조가 아직 유연하고 재형성 능력이 높아 결과도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반대로 6개월이 지나서야 진단될 경우 치료는 한층 복잡해진다. 이 시기 이후에는 관절 구조가 굳어지기 시작해, 전신마취를 한 뒤 탈구된 대퇴골두를 정복하고 석고붕대를 이용해 일정 기간 고정하는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진단과 치료가 더 늦어져 아이가 1세 이후 걷기 시작한 뒤에야 발견되면, 대개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해진다.  

 

자연 회복에 대한 기대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의료진에 따르면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는 아이가 별다른 처치 없이 정상 관절 구조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치료받지 않은 완전 탈구 상태에서는 다리 길이가 짧아지고 근력이 약해지면서 보행 시 뚜렷한 절뚝거림이 나타난다. 대퇴골두가 들어가야 할 골반 부위인 정상 비구보다 위쪽에 가성 비구가 새로 형성되면, 성장 과정에서 조기 퇴행성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  

 

이차적 문제도 뒤따른다. 성장기에 하지 길이 차이와 골반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척추 측만증과 요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비구의 이형성이나 부분 탈구 수준에 머무른 경우 겉으로는 다리 길이 차이가 약간이거나 다리를 조금 저는 정도에 그치거나, 거의 증상이 없을 수도 있어 조기 발견을 더 어렵게 만든다.  

 

부모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허벅지나 무릎 주름, 다리 벌어짐 각도 등이다. 아이를 눕힌 상태에서 무릎 주변이나 허벅지 뒤쪽 주름이 좌우가 다르게 보이거나, 다리를 벌렸을 때 한쪽이 더 잘 벌어지고 다른 쪽은 제한되는 모습이 관찰되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을 의심해야 한다. 엉덩이를 기준으로 한쪽 다리가 눈에 띄게 짧아 보이는 경우 역시 정형외과 진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징후를 발견하면 생후 3개월 이전이라도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  

 

정확한 진단에는 영상의학이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생후 4개월에서 6개월 이전에는 고관절 뼈의 상당 부분이 아직 연골 상태이기 때문에, 방사선 촬영보다 초음파 검사가 구조적 이상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초음파를 통해 관절 탈구 여부와 탈구 정도, 외부 힘을 가했을 때 탈구가 유발되는지 여부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선별검사와 치료 계획 수립의 표준 도구로 쓰이고 있다.  

 

박문석 정형외과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블로그에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예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는 과정에서 좌우 다리의 길이, 주름, 벌어지는 각도의 미묘한 차이를 주의 깊게 보면 이상을 비교적 일찍 알아챌 수 있다며, 이런 비대칭이 관찰되면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정형외과계에서는 향후 출생 직후 혹은 생후 수개월 내 고관절 초음파 선별검사를 표준화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에 따른 장기적 장애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진단용 초음파 장비의 고해상도화, 영유아 전용 프로브 개발 등 기술 발전이 맞물릴 경우 조기 진단율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처럼 임상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인공지능 기반 영상 판독 솔루션 등이 적용되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조기 선별과 치료 시기 결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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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성고관절이형성증#분당서울대병원#박문석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