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GF2025로 집결하는 서브컬쳐”…게임사·팬덤 전략 요충지 부상

오태희 기자
입력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결합된 서브컬처 축제가 국내 IT 게임사들의 전략 무대로 커지고 있다. Anime X Game Festival 2025 AGF 2025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 지식재산권을 한데 묶어 즐기는 복합 팬덤 행사로, 전통적인 마니아 중심 이벤트에서 신규 이용자를 여는 관문으로 성격이 바뀌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가 일제히 참여한 올해 행사를 ‘IP 팬덤 경쟁의 전환점’으로 본다.

 

AGF 2025는 총 87개사가 참여해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서브컬처 마니아층뿐 아니라 귀멸의 칼날, 최애의 아이 등 흥행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처음 발길을 옮긴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방문한 40대 관람객, 애니메이션 입문 1~2년 차인 20대 관람객 등 이른바 라이트 팬, 뉴비 팬덤의 비중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AGF에 여러 차례 방문한 기존 마니아들은 “굿즈 매진 속도와 대기 줄 길이에서 관람객이 매년 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장은 여전히 마니아층을 겨냥한 깊이 있는 프로그램도 유지했다. DJ 부스, 미니 콘서트, 코스프레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DJ Kazu 무대에서는 수십 명의 팬이 JPOP과 애니송 리믹스에 맞춰 응원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추는 등, 일본 서브컬처 현장 문화가 국내에 이식된 양상이 연출됐다.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에서는 서브컬처 밴드 덕후찌개의 미니 콘서트가 열려 게임 OST를 함께 부르는 등 IP 음악 팬덤을 겨냥한 운영이 이어졌다.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부스에서 진행된 코스프레 페스티벌도 전통적인 서브컬처 소비 방식이 유지되는 공간이었다. 관객들은 캐릭터 복장을 세밀하게 재현한 코스어들의 무대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며 반응했고, 새로운 코스어 등장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팬이 직접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코스프레 문화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IP의 장기 가치, 2차 창작 생태계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올해 AGF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대형 게임사 3N이 모두 참여하며, 행사 성격이 더욱 산업 지향적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스타가 주로 출시 임박·라이브 서비스 중심의 게임쇼라면, AGF는 애니메이션과 굿즈, 음악, 코스프레 등 서브컬처 전반을 활용해 장기적인 IP 브랜딩과 팬덤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형 행사로 기능하고 있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부스를 통해 게임 속 티르 코네일 마을을 대형 스크린과 테마 공간으로 재현했다. 관람객이 통나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연출은, 게임 플레이 이전에 세계관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환경 몰입형 마케팅’에 가깝다. 체험형 낚시게임 이벤트와 경품 지급은 참여 동선을 늘려, 단순 관람객을 브랜드 경험자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는 AGF에 첫 참여하며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부스를 열었다. 룰렛과 포토부스, 코스어와의 눈싸움 이벤트 등은 게임 출시 전 단계에서 캐릭터성과 세계관을 중심으로 팬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구조다. 미니게임 3종 참여 시 캐릭터 가방, 캠핑 의자 등 실물 굿즈를 제공하는 방식은, 온라인 사전예약과는 다른 유형의 오프라인 선호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접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NHN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를 기반으로 한 퍼즐 게임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LED 벽을 통해 애니메이션 원작 영상과 인게임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은, 원작 팬에게 게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크로스 채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본 IP 기반 게임은 글로벌 서비스 확장 시 언어와 문화 장벽을 줄여주는 강점이 있어, 이번 부스 운영은 향후 해외 퍼블리싱 전략의 사전 검증 성격도 지닌다.

 

업계에서는 AGF가 팬덤 축제이자 동시에 IP 비즈니스의 접점 플랫폼으로 변모했다고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악, 굿즈를 아우르는 서브컬처 IP는 충성도 높은 팬층을 기반으로 평균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특히 귀멸의 칼날과 최애의 아이와 같이 국내에서 이미 인지도가 확보된 일본 IP는, 모바일 게임이나 퍼즐 게임 형태로 확장되며 양국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 코미케, 도쿄게임쇼, 미국 코믹콘 등 대형 팬덤 행사가 IP 비즈니스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국내 AGF의 규모 확대와 대형 게임사 합류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서브컬처 IP 허브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 매출 지향형 게임쇼가 아니라, 장기 IP 가치와 커뮤니티 몰입을 키우는 페스티벌 포맷이 강화되는 셈이다.

 

다만 산업 측면에서는 몇 가지 과제도 있다. 일본 IP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환율과 라이선스 계약 조건, IP 정책 변화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또 AGF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행사는 장소 임대와 인력, 장치물 구축 등 초기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티켓, 굿즈, 스폰서십, 2차 저작물 등 수익 모델의 다각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에는 국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웹툰, 웹소설을 활용한 자체 IP가 AGF 같은 행사에 늘어날지가 산업 구조 변화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게임사가 직접 원작 IP를 개발하거나, 웹툰 플랫폼, 애니메이션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 믹스 전략을 강화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의 지식재산 수익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브컬처 행사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음악, 커머스를 묶는 IP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IT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와 마케팅 전략이 동시에 재편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AGF 2025에서 확인된 뉴비 팬덤 유입과 3N의 본격 참여가, 향후 IP 기반 게임·애니메이션 융합 비즈니스의 방향을 가늠할 신호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agf2025#넥슨#엔씨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