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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통신 융합 리더십 시험대”…KT, 차기 수장 압축해 디지털 전략 재시동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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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디지털 플랫폼 기업 KT의 차기 대표이사 윤곽이 3인 체제로 압축되면서 그룹의 중장기 AI·디지털 전환 전략에도 분기점이 형성되고 있다.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핵심 인프라를 보유한 KT는 차기 수장의 전략 방향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와 기업용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반 AI 사업의 확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업계는 이번 인선이 통신 중심 기업에서 AI·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경쟁 구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심층면접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주형철 전 국정기획위원,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관상 대표 후보 자격요건에 따라 기업 경영 경험, ICT 및 관련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서류 심사와 비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시한 디지털 전환 전략, AI·클라우드·보안 등 신사업 구상, 조직 문화 혁신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위원회는 또 후보자 제출 서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 평가 의견을 함께 검토해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확정했다. 외부 자문단 참여는 거버넌스 투명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절차로, 대규모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한 통신사의 대표 선임이 투자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박윤영 전 사장은 과거 KT 기업부문을 이끌며 B2B 통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등 기업고객 중심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통신 인프라와 AI·빅데이터를 연계해 제조·금융·공공 분야에 맞춤형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었던 만큼, 선임 시 기존 통신 기반 B2B 사업의 고도화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  

 

주형철 전 위원은 정책 기획과 공공부문 전략 수립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국가 산업정책을 연결하는 관점에서 KT의 역할을 재정의할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정부 주도 디지털 정책, 데이터 인프라 확충, 지역 균형 네트워크 투자 등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병행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홍원표 전 사장은 ICT와 보안, 디지털 인프라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5G와 유선망을 활용한 융합 보안,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과의 결합 전략을 강화할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사이버 보안과 클라우드 보안은 의료·금융·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 직결되기 때문에, 관련 역량을 앞세운 성장 전략이 제시될 수 있다.  

 

KT는 최근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자동화, 고객 응대 시스템, 미디어 추천 알고리즘, 디지털 헬스케어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차기 대표는 이들 기술을 통신 인프라와 접목해 구체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하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유전체·원격의료 등과 연계한 신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주요 통신사들이 AI 네트워크와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전방위로 결합하는 경쟁 국면이 전개되고 있어, KT의 리더십 교체 시점은 국제 비교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국내외 통신사들은 이미 AI 센터, 클라우드 리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등을 앞다퉈 구축하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유전체 분석 기반 정밀의료, 원격 모니터링, 의료 데이터 클라우드 등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 통신 인프라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KT 차기 대표의 전략 방향에 따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및 데이터 인프라 생태계와의 협업 구조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  

 

대표 선임 과정에서는 통신 인프라 기업에 요구되는 데이터 보호 의무, AI 서비스의 윤리·책임성, 디지털 플랫폼 관련 규제 준수 체계도 함께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중립성, 개인정보 보호, 의료·금융 데이터 처리 등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차기 수장이 규제 대응과 신사업 혁신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김용헌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대표 후보 절차에 참여한 모든 인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연내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선정된 후보는 차기 주주총회에서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통신과 AI, 클라우드, 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르게 수렴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이번 리더십 교체를 두고 업계에서는 KT의 신성장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새 대표 체제에서 KT가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며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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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이사후보추천위원회#박윤영#홍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