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앞으로 제 모습을 못 볼 것”…주디덴치, 시력 상실 고백에 사실상 은퇴 시사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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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지난달 30일, 영국(UK)에서 세계적인 배우 주디 덴치가 시력 상실로 인한 사실상 은퇴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노인성 황반변성 악화로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국제 영화계와 팬들 사이에서 그의 마지막 행보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지 연예 매체 피플 등에 따르면 주디 덴치는 최근 영국 민영방송 ITV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저를 작품에서 볼 수 없을 거다. 나는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TV도 볼 수 없고, 글도 읽을 수 없다”고 털어놓으며, 시력 저하가 일상생활 전반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향후 작품 활동 중단을 예고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디 덴치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주디 덴치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덴치는 과거에도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은퇴 가능성을 암시해 왔다. 2023년 한 영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더 이상 대본을 읽을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아직 나에게는 대본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연기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행보는 시력 악화 속에서도 끝까지 무대와 카메라 앞을 지키려 했던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돼 왔다.

 

주디 덴치는 2012년부터 노인성 황반변성 진단을 받고 장기간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퇴행성 안구 질환으로, 중앙 시야가 왜곡되거나 상실될 수 있다. 치료를 받아도 진행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고, 고령 인구에서 실명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인 만큼, 고령의 덴치에게 연기 활동 지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덴치는 영국을 대표하는 무대·스크린 배우로, 초기에는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연극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이후 영화계로 무대를 넓히며 국제적 명성을 획득했다. 특히 스파이 영화 007 시리즈에 합류해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 ‘M’ 역할을 맡으면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겸비한 M의 캐릭터는 시리즈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고, 덴치는 장기간 해당 역할을 통해 글로벌 관객과 만났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007 시리즈를 넘어 폭넓게 펼쳐져 있다. ‘미세스 브라운’, ‘셰익스피어 인 러브’,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튤립 피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캣츠’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하며, 영국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문학 작품과 시대극에서 선보인 섬세한 연기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그를 ‘영국의 국민 배우’이자 국제 영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만들었다.

 

이번 발언이 공개되자 영국과 미국(USA) 연예 매체들은 덴치의 사실상 은퇴 수순에 주목하고 있다. 시력 상실을 언급한 점을 들어, 향후 카메오나 짧은 출연 형태의 복귀 가능성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령 배우의 건강 문제로 커리어가 마무리되는 전형적 사례라는 시각과 함께,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령·장애 배우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공식적인 은퇴 선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인터뷰 내용과 그간의 발언을 종합할 때 덴치의 영화·TV 출연은 사실상 막을 내리는 흐름으로 읽힌다. 국제 영화계는 그가 남긴 방대한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한편, 시력 악화라는 건강 악재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려 한 그의 의지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발언이 주디 덴치 연기 인생의 실질적 마침표가 될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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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덴치#007시리즈#노인성황반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