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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분석 플랫폼”…비정형 여행 데이터, 도시 정책 바꿀까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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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의 일탈 행위가 연이어 공개되면서, 도시 차원의 데이터 기반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은 매년 수백만 명 수준으로 늘고 있고 상권과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카페 내 음주, 주요 관광지 인근 무단 배변과 같은 일탈 사례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단순한 민원 처리 차원을 넘어 관광 행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CCTV와 위치 정보, 공공 신고 데이터,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결합해 관광객의 이동 패턴과 비매너 행동 구역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플랫폼이 도시 정책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양평의 한 커피 전문점 매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일행이 매장 음료와 함께 소주와 치킨을 펼쳐 두고 식사하는 장면이 찍혀 온라인에 확산됐다. 매장 측은 외부 음식 취식 금지 규정을 안내했고, 해당 관광객들은 지적 이후 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진과 목격담이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번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기본 예절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일부 온라인 사용자들은 카페 내 음주뿐 아니라 최근 잇따라 보고된 길거리 대변 사례까지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별 사례가 일회성 해프닝으로 소비되느냐, 아니면 구조적 데이터로 축적돼 정책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도시의 대응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국적을 지목하지 않고도 관광객 밀집 시간대, 공중화장실 이용 패턴, 쓰레기 투기와 소음 민원이 집중되는 구간을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CTV 영상 분석과 영상 내 객체 인식 기술을 결합하면 공원과 관광지 주변에서 반복되는 노상 취식, 흡연, 배설 행위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고, 이 정보는 청소 인력 배치나 시설 확충, 순찰 경로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지도 기반으로 시각화하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위치 정보가 포함된 신고 데이터를 수집해 어느 시간대에 어떤 유형의 민원이 어느 언어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과 겹치는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통역 앱 사용 로그, 다국어 안내 웹페이지 접속 데이터, 모바일 기지국에서 나온 통계 수준의 위치 정보가 결합되면 특정 집단을 특정하지 않고도 관광 흐름과 마찰 지점을 추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분석 엔진을 통해 전통적인 방문자 통계만으로는 볼 수 없던 관광객 행태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 분석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카페 내 음주 사례처럼 사진과 목격담이 먼저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경우, 관련 게시물의 키워드와 위치 태그를 수집하면 공공기관이 공식 통계를 집계하기 전부터 위험 징후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어 처리 기반 텍스트 분석 도구는 언어별 게시글에서 불쾌감, 위험, 위생과 같은 부정 감성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시점별로 변화를 시각화한다. 특정 관광지 이름이나 브랜드명이 함께 언급되는 빈도가 높아질 경우, 관련 지자체와 기업은 현장 점검이나 안내문 개편, 모바일 알림 강화 등 선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글로벌 관광 도시들은 이미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비슷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 일부 도시는 구도심 관광객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객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혼잡도가 높아지면 관광객에게 대체 코스를 안내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본과 동남아 관광지는 공중화장실 위치, 쓰레기 배출 규정, 금지 행위를 여러 언어로 안내하는 앱을 제공하고, 방문객이 지정 구역 밖에서 취식이나 흡연을 반복하면 주변 디지털 사이니지와 앱을 통해 경고 알림을 보내는 프로젝트도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별 국적을 지목하는 대신, 모든 방문객에게 동일한 기준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 논란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규범을 전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데이터 기반 관리가 확산되려면 개인정보와 감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얼굴 인식과 동선 추적 기술이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인종 프로파일링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적, 인종, 개별 신원을 식별하지 않고도 행동 유형과 공간 패턴만을 집계할 수 있는 비식별화 기술과 통계 처리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다국어 안내와 문화 차이에 대한 교육을 병행해 기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도시 데이터 연구자들은 관광객 행태 데이터가 상권 보호와 공중 위생, 주민 생활권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 설계에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연구자는 디지털 기반 관광 관리가 성숙하려면 부정적 사례만 기록하는 신고 시스템에서 벗어나, 긍정적 이용 패턴과 만족도까지 함께 수집하는 균형 잡힌 데이터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지자체는 기술을 활용한 정교한 분석과 더불어, 방문객과 시민 모두에게 공정한 규칙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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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관광객#스마트시티#행태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