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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명 중 3명 AI 쓴다…챗GPT 독주 속 제미나이 추격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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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활용이 국내 일반 이용자 수준에서 일상 도구로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에 가입한 국민 4명 중 3명이 생성형 AI와 같은 서비스에 이미 접속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플랫폼인 챗GPT가 가장 앞서 있지만, 구글 제미나이와 국산 서비스가 뒤를 잇는 다층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AI 사용 저변이 통신과 검색, 생산성 도구 전반의 주도권 경쟁을 가속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8일 공개한 2025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AI 서비스를 한 번 이상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74퍼센트였다.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 서비스를 쓰는 14세 이상 인구 기준으로 4명 중 3명이 최소 한 차례 생성형 AI를 사용한 셈이다. 응답자는 평균 2.2개의 AI 서비스를 병행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 빈도는 주 3회에서 4회가 26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주 1회에서 2회 사용한다는 응답과 거의 매일 쓴다는 응답도 각각 23퍼센트로 집계됐다. 단순 체험 수준을 넘어, 일정 수준의 반복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성형 AI가 검색과 메신저처럼 생활형 디지털 인프라로 편입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별 서비스 활용 경험을 보면 오픈AI의 챗GPT가 54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47퍼센트에서 7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챗GPT는 자연어 명령을 이해해 답변을 생성하는 언어모델 기반 AI로, 질의응답과 문서 작성, 번역, 학습 보조 등 범용 생산성 도구로 쓰이고 있다. 구독형 유료 모델 확대와 함께 통합형 앱과 브라우저 플러그인 등 접점이 늘면서 이용 경험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미나이다. 구글이 자사 검색과 클라우드, 모바일 운영체제에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AI 서비스로, 이용 경험률이 상반기보다 16포인트 오른 30퍼센트를 기록했다. 검색 결과와 연계한 요약, 크롬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자연스러운 진입, 안드로이드 단말과의 연동 강화가 이용 저변 확대를 이끈 요인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검색 기반 AI 어시스턴트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산 AI 서비스 중에서는 SK텔레콤의 에이닷과 뤼튼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에이닷은 17퍼센트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통신사 요금제와 콘텐츠, 콜센터와 연계된 대화형 비서 역할에 집중해 이용자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AI 글쓰기 도구로 출발한 뤼튼은 13퍼센트로 상반기보다 6포인트 상승하며 네이버 클로바노트를 앞질렀다. 업무용 문서, 기획안 초안 작성, 마케팅 카피 생성 등 실무 중심 활용 수요를 타고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인지도 측면에서도 글로벌 AI 플랫폼이 우위를 보였다. 챗GPT를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퍼센트로 1위를 기록했다. 제미나이는 49퍼센트, 에이닷은 42퍼센트, 뤼튼은 34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인지도와 실제 이용률이 대체로 비례하는 가운데, 제미나이와 뤼튼은 알려진 정도보다 사용 비율이 빠르게 따라붙는 형태를 보여 공격적인 기능 통합과 마케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14세 이상 휴대전화 이용자 31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에게 제시된 21개 AI 모델 가운데 이용 경험률 상위 10개 서비스가 비교 분석 대상이 됐다. 연령별·이용 패턴별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사 방식 특성상 이동통신 가입자를 중심으로 실제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통신과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용 행태 변화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 전략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검색, 메신저, 생산성 앱 등 기존 디지털 서비스와 빠르게 결합하는 만큼, 누가 일상 접점을 더 많이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데이터 축적과 생태계 지배력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모델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모델과의 혼합 활용,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한 신뢰성 확보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대중화 흐름이 향후 과금 구조와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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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제미나이#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