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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폐결절 CAD, 코어라인 FDA 재승인으로 글로벌 검진 재편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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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폐암 검진 기술이 글로벌 규제 허들을 다시 통과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코어라인소프트가 개발한 폐결절 검출 솔루션이 미국 식품의약국 FDA 510k 갱신 승인을 받으면서, 강화된 사이버보안 요구사항까지 충족한 의료 AI 소프트웨어로 공식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갱신을 폐암 검진용 AI가 진단 정확도뿐 아니라 보안 신뢰성을 갖추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자사 폐결절 검출 솔루션 에이뷰 AVIEW Lung Nodule CAD가 최근 FDA 510k 갱신 승인을 획득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2023년 한국 기업 최초이자 세계 다섯 번째로 폐결절 CAD 분야 FDA 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갱신으로 미국 시장 공급 자격을 연장했다.

AVIEW Lung Nodule CAD는 흉부 CT 영상에서 폐결절을 자동 탐지하는 컴퓨터 보조진단 소프트웨어다. 회사에 따르면 2023년 임상 시험에서 기존 판독 대비 폐결절 탐지 민감도를 34퍼센트 높이고 위양성을 42퍼센트 줄였으며, 판독 시간을 70퍼센트 단축했다. 의료진이 놓치기 쉬운 작은 결절까지 잡아내면서도 불필요한 경보를 줄여, 실제 판독 현장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 구조다.

 

특히 이번 갱신에서 주목받는 지점은 임상 성능이 아니라 보안 요건이다. FDA는 최근 의료기기가 병원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에 폭넓게 연결되면서 사이버 공격 표적이 되는 점을 감안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보안 심사를 강화했다. 보안 생애주기 관리 체계 수립, 소프트웨어 구성 목록 SBOM 제출, 데이터 암호화와 접속 통제, 취약점 모니터링과 패치 프로세스 등 세부 요구사항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VIEW Lung Nodule CAD가 이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 FDA 510k 갱신을 통과했다며, 국제 수준의 보안 규격을 충족하는 클라우드 기반 의료 AI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다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정확한 AI 알고리즘을 넘어, 해킹이나 랜섬웨어 공격 상황에서도 환자 데이터 보호와 서비스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설계가 검증됐다는 의미다.

 

코어라인소프트의 AVIEW 플랫폼은 저선량 흉부 CT 한 번으로 여러 흉부질환을 동시에 분석하도록 설계돼 있다. 폐암의 주요 단서인 폐결절뿐 아니라 폐기종, 관상동맥 석회화 지표 등을 한 번에 정량 분석해 검진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19개국에서 250만 건이 넘는 임상 데이터를 처리하며 안정성과 재현성을 입증받았다.

 

유럽에서는 국가 또는 지역 단위 폐암 검진 프로젝트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AVIEW가 핵심 AI 솔루션으로 채택됐다. 독일 HANSE, 프랑스 IMPULSION, 이탈리아 RISP 등 정부 주도 폐암 검진 사업에 플랫폼이 도입돼 대규모 저선량 CT 데이터를 자동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프로젝트를 유럽 폐암 검진 표준 모델로 평가하고 있어, AVIEW가 사실상 글로벌 폐암 검진 워크플로 표준 후보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여러 폐결절 CAD와 폐암 검진 보조 AI 솔루션이 승인된 상태다. 다만 병변 탐지 성능과 더불어 다질환 동시 분석, 클라우드 기반 대규모 스케일 아웃, 강화된 보안 규격 충족까지 모두 갖춘 사례는 많지 않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유럽 대형 프로젝트 실적과 미국 FDA 보안 기준 충족 이력을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병원과 검진센터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식재산권 방어력도 강화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달 미국 특허 3건을 추가 취득해 누적 20건이 넘는 미국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폐결절 검출과 정량화 알고리즘, CT 영상 기반 폐기능 분석, 관상동맥 석회화 자동 분석 등 핵심 기술을 특허로 묶어 플랫폼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구도다. 대형 글로벌 IT 기업과 의료기기 업체들이 흉부 영상 AI 영역에 속속 진입하는 상황에서 특허망은 라이선스 협상과 기술 제휴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정책 측면에서 폐결절 CAD는 미국에서 510k 경로를 통해 허가받는 대표적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이번처럼 갱신 과정에서 사이버보안 요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차세대 의료 AI 기업에게는 기술 성능 못지않게 보안·품질 시스템이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 AI를 대상으로 한 보안 가이드라인과 품질 관리 규정 정비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 FDA 기준이 사실상의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VIEW 플랫폼을 기반으로 폐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 관상동맥질환을 넘어 중증 혈관질환 영역까지 분석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저선량 CT를 활용한 전신 수준의 조기 발견 패키지 모델을 구축하면 검진센터와 보험사, 공공 보건당국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FDA 갱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성능, 사이버보안, 품질 관리 역량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폐암 검진과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의료 AI가 규제와 보안 요구를 충족한 상태에서 실제 임상 workflows에 얼마나 깊게 자리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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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라인소프트#aviewlungnodulecad#fda510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