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풍력 규제 무효 판결에 9% 급등… SK이터닉스, 정책 리스크 완화와 M&A 기대에 탄력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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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터닉스 주가가 미국 풍력 발전 금지 행정명령 무효 판결과 경영권 매각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바닥권에서 매물을 소화하며 반등을 시도하던 가운데 정책 리스크 해소와 실적 가시성 확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자금 유입 가능성과 인수합병 향방이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평가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SK이터닉스 주가는 21,100원으로 마감해 전일 대비 9.27% 상승했다. 장중 한때 21,350원까지 오르며 단기 저항선을 강하게 돌파했다. 6개월 추세로 보면 고점 대비 조정 국면에 있었지만, 이번 급등으로 하락 추세 완화 신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377위 수준으로 중형주 그룹에 속하며 상장주식수는 약 3,375만 주다.

[분석] 미 법원 판결에 9% 솟구쳤다… SK이터닉스, 풍력 족쇄 풀리고 M&A 기대감까지
[분석] 미 법원 판결에 9% 솟구쳤다… SK이터닉스, 풍력 족쇄 풀리고 M&A 기대감까지

주가 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렸던 풍력발전 임대 및 허가 중단 행정명령을 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미국 풍력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풍력 관련주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정책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커졌고, SK이터닉스에도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급 구조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4.0% 수준이던 외국인 보유율은 12월 8일 기준 5.0%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동종업계인 씨에스윈드나 비에이치아이 대비 4.95%로 여전히 낮지만, 저점 구간에서 재매집이 이뤄지며 하방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거래원 상위 창구에서 두드러진 외국계 증권사가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된 반면 기관은 매도 우위를 보이며 투자 주체 간 손바뀜이 진행됐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75MW 규모의 풍백 육상풍력 발전단지를 준공해 연간 13만MWh 수준의 전력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단순한 개발 기대감을 넘어 상업 운전 단계에 진입한 실물 자산이 전력 판매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현금 흐름 개선과 실적 가시성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이 개발에서 운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익 체력 강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수익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는 직접전력거래계약 확대가 주목된다. SK이터닉스는 최근 100MW 규모의 태양광 직접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해 총 5,023억 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약 25년간 전력 판매 단가를 고정하는 구조로 계약을 맺으면서 전력 시장 가격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안정적인 매출원을 쌓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장기 계약이 기업 가치 재평가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무 지표를 보면 자기자본이익률은 12.66%로 한화솔루션 등 적자 기업과 비교해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채비율은 202%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실적 성장세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376억 원, 2025년에는 512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23.82배에서 19.17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 성장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와 함께 재평가 구간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사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26,5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는 상태다.

 

경영권 매각 이슈도 주가 모멘텀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EQT파트너스와 KKR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상단을 열어주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지만, 2대 주주 한앤컴퍼니의 동반매각권 행사 여부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협상 구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도 진행 중이다. SK이터닉스는 탑선과의 ESS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공동 개발 협약과 미국 텍사스 프로젝트 가동,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설비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영역이다. 시장에서는 SK이터닉스를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복합 수혜주로 분류하며,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정책 리스크 해소가 겹치면서 섹터 전체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동종 업계 내 비교에서 SK이터닉스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씨에스윈드와 비교할 때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 탄력성이 높고,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펀더멘털 매력도는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 수준과 자금 조달 여건에 따라 금융비용이 실적 변수로 작용할 소지는 남아 있다.

 

단기 주가 흐름 측면에서는 20,000원선 지지 여부가 중요한 분수령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대를 지지선으로 삼을 경우 목표주가인 26,500원을 향한 추가 상승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19,500원을 하회할 경우 M&A 협상 동향이나 미국 친환경 정책 변화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조정 폭이 커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SK이터닉스가 내년에도 실적 성장 폭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대주주 지분 매각 방식과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금리 인하 속도와 채권시장 상황이 재무 부담 완화 여부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과 인수합병 진행 상황,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 변화를 주시하며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의 재평가 여부를 가늠하겠다는 분위기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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