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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항원 설계하는 SFTS mRNA백신…에스티팜, CEPI 파트너로 개발 가속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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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겨냥한 mRNA 백신 개발이 인공지능 기반 설계와 국내 CDMO 기술을 결합한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바이오 기업 에스티팜이 글로벌 감염병 대응 컨소시엄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 CEPI의 SFTS mRNA 백신 개발 과제에서 핵심 제조와 기술 파트너로 선정되면서다. 바이러스 특성상 상용화된 백신이 없던 영역에서 AI와 mRNA 플랫폼을 앞세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셈으로, 업계는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 전략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9일 CEPI가 지원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mRNA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제조 및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3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과제로, AI와 구조기반 설계 기법을 활용해 SFTS 바이러스 항원 후보를 발굴하고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제백신연구소 IVI, 서울대학교가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해 후보 도출부터 전임상 단계까지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다.  

백신 항원 설계는 질병관리청과 서울대학교가 맡는다. 두 기관은 SFTS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와 면역 회피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AI 알고리즘과 구조기반 설계를 활용해 중화항체 유도에 유리한 항원 서열을 도출한다. 이어 에스티팜이 자체 보유한 mRNA 플랫폼을 활용해 설계된 서열을 실제 백신 원료로 구현하고, 공정 최적화와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에스티팜은 mRNA 5프라임 캡핑 기술인 SmartCap, 지질나노입자 전달 기술 STLNP,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GMP 제조 인프라를 앞세운다. 5프라임 캡핑은 mRNA 선단에 구조를 부여해 체내에서 분해를 줄이고 번역 효율을 높이는 핵심 공정이고, LNP는 mRNA를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지질 입자 기반 전달체다. 회사는 이 기술 조합으로 체내 발현 효율과 안정성을 높여 기존 mRNA 백신 플랫폼 대비 면역 반응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SFTS는 참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열, 혈소판 감소, 신부전 등을 유발하며 특히 고령층에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치명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치사율과 지역적 유행성이 모두 높은데도, 바이러스가 선천면역을 회피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효과적인 항원 타깃 설정이 어려웠고 상용화된 백신도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mRNA 백신이 이 같은 한계를 뚫을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mRNA 플랫폼은 바이러스 항원 구조를 유연하게 재현하면서, 항체 반응과 함께 강력한 T세포 면역을 유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AI 기반 설계를 결합하면 SFTS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부위를 피해 보호 효과가 높은 항원 조합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어, 기존 단백질 백신 접근법보다 설계 자유도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프로젝트는 개별 감염병 백신을 넘어, 페뉴바이러스 계열을 겨냥한 이른바 프로토타입 백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의 대표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플랫폼과 항원 설계를 표준화해 두면, 구조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항원 부분만 바꾸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CEPI가 제시한 100일 내 백신 개발 전략과도 맞닿아 있어, 성공 시 동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팬데믹 대응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mRNA와 AI를 결합한 백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19를 넘어 호흡기 바이러스, 암 백신 영역까지 플랫폼 확장이 시도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고위험 신종 감염병 영역에서 CEPI와 협력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에스티팜이 이번 과제에서 기술 신뢰성을 입증할 경우, 향후 다른 감염병 백신 프로젝트나 글로벌 CDMO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다만 감염병 백신은 개발 성공 이후에도 각국 규제기관의 허가, 국가 비축 정책, 국제기구 조달 체계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실제 수요와 매출로 이어진다. CEPI를 중심으로 한 국제 컨소시엄 구조가 허가 전략과 공급 계약 체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각국의 백신 접종 정책과 예산 배분에 따라 상용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는 자체 플랫폼 기술과 글로벌 CDMO 역량을 앞세워 AI 기반 SFTS mRNA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제가 실제 상용 백신으로 이어질지와 별개로, 국산 mRNA 제조 인프라와 AI 설계 역량을 고위험 감염병 영역에서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국내에서 신속 대응이 가능한 백신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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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팜#cepi#sfts mrna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