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인데 1등급 3.11%”…수능 영어 난이도 논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며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상위 등급 비율이 크게 낮게 나오자 수험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이어졌고, 교육부가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교육부는 8일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난도 조절 실패 지적과 관련해 그 원인과 조치·개선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사 시점에 대해 “12월 중 조사 예정이며 현재 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중으로, 그 외 세부 사항 공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능 종료 후 통상적으로 출제·시행 과정 전반을 점검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는 특정 과목, 특히 영어 영역 난이도가 절대평가 취지와 어긋났다는 비판이 집중되면서 별도 조사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출제 주체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이지만, 교육부는 수능 위탁 관계를 근거로 조사 권한을 주장했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병익 교육부 대변인은 “현재 수능은 교육부가 평가원에 위탁하고 있는 것이라 조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평가원이 수능 출제 개선을 약속한 만큼,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절대평가임에도 영어 성적 분포가 ‘불수능’ 수준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영어 영역 1등급 인원은 1만 5154명으로, 전체의 3.11%에 그쳤다. 2등급은 7만 17명(14.35%), 3등급은 12만 8336명(26.30%), 4등급은 11만 9692명(24.53%)으로, 중간 등급에 응시자가 집중됐다. 5등급은 6만 4807명(13.28%), 6등급은 3만 9134명(8.02%), 7등급은 2만 7510명(5.64%), 8등급은 1만 7794명(3.65%), 9등급은 5497명(1.13%)으로 집계됐다.
절대평가 영어는 통상 1등급 비율이 5% 안팎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올해 3% 초반대 결과는 사실상 ‘고난도 출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험생과 학교 현장에서는 “절대평가인데 상대평가 못지않게 변별력을 높였다”는 비판과 함께, 정시·수시 전형에서의 불이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도 앞서 “난이도가 높아 체감 부담이 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능 전체 규모를 보면,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총 49만 3896명이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33만 3102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만 794명이다. 영역별 응시자 수는 국어 49만 989명, 수학 47만 1374명, 영어 48만 7941명, 한국사 49만 3896명, 사회·과학탐구 47만 3911명, 직업탐구 3646명, 제2외국어/한문 5만 144명이다. 영어는 한국사 다음으로 응시자가 많은 필수에 가까운 영역으로, 난도 변동이 전체 입시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수능 영어에는 해외 저작권물이 지문으로 활용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관련해 교육부는 “외국 저작물에 대해서는 평가원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지문 선정과 번역, 저작권 처리 과정 전반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어를 ‘변별 과목’에서 ‘기초 학력 과목’으로 전환하겠다던 정책과 달리, 상위권 변별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돌발적 난도 상승이 재수생·사교육 의존도를 키운다”는 비판과 함께, 출제 기준과 검증 절차 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조사가 실제로 평가원 출제 구조와 난이도 조절 방식까지 들여다볼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정시 지원 전략과 향후 수능 준비 방향을 두고 혼선을 겪고 있어, 조사 결과와 후속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영어 난이도 논란의 원인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출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