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이혼 증거창고로”…투병부부 폭로전, 플랫폼 책임 논란
부부의 이혼 갈등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상황이 IT 플랫폼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주목받은 부부가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 글을 통해 서로의 사생활과 의료 정보를 공개하며 폭로전을 이어가자, 플랫폼이 사실상 이혼 분쟁의 증거 창고이자 여론 재판장으로 기능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건강 상태와 병원 이용 내역, 육아 및 경제 상황 등 민감한 생활 정보가 그대로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디지털 프라이버시와 플랫폼 책임을 둘러싼 규제 공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예능 이혼숙려캠프 17기 출연자로 알려진 이른바 투병 부부다. 남편 김학배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이혼 소송에 돌입했다고 공개하고, 소송 쟁점이 양육권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추가 영상을 통해 아내의 온라인 글을 해명하겠다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부부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언쟁을 벌이는 장면까지 게시됐다. 개인 간 법적 분쟁 사안이 법정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되고, 해당 영상이 향후 소송 과정에서 디지털 증거로 활용될 여지도 제기된다.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내 안혜림 씨 명의의 장문의 글이 확산되며 논란이 증폭됐다. 그는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겠다며 방송에 담기지 않은 부부의 갈등과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특히 암 투병 사실, 출산 과정, 산부인과 이용 내역, 폭행과 유산 주장 등 고도로 민감한 의료·가정 정보가 실명과 방송 이력을 통해 손쉽게 식별 가능한 상태로 노출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환경에서 의료 데이터 보호를 강조해 온 흐름과 달리,本人이 직접 온라인에 게시한 정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 체계로 보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사안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유튜브 채널을 매개로 한 사생활 노출과 수익화 문제다. 안혜림 씨는 남편이 정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옷이 노출된 영상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지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했고, 출연 당시 상담가가 남편에게 사과를 받아줬지만 해당 장면은 방송 편집 과정에서 빠졌다고 했다. 반면 김학배 씨는 속옷 노출 장면이 잠시 담긴 것은 맞지만 편집 없이 영상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였고, 문제를 인지하자마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영상 특성상, 한 번 노출된 장면이 캡처와 재업로드를 통해 장기적인 디지털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디지털 콘텐츠 구조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안혜림 씨는 방송 출연료와 유튜브를 통해 남편이 투병과 가족사를 수익화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이혼숙려캠프 출연료를 암 수술비로 쓰자고 했으나 실제로는 남편의 치과 치료비로 사용됐다고 했고, 암 환자와 어린 자녀들이 있는 공간에서 실내 흡연을 했다고도 적었다. 유튜브 광고 수익과 후원 시스템이 개인의 사적 경험을 자극적인 콘텐츠로 만들도록 부추기고, 질병과 가정 폭력이 조회수 경쟁의 소재가 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학배 씨는 아내의 주장 전반을 부인하며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반박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의료 정보와 가정사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 부재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의료 데이터는 병원 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 보험 청구 등 제도권 영역에서는 강도 높은 암호화와 접근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이 자발적으로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 공개하는 투병 기록과 생활 정보는 사실상 플랫폼 약관과 신고 시스템에만 의존하고 있다. 폭로성 콘텐츠의 경우 당사자 간 동의 여부, 미성년 자녀의 초상권과 장기적 디지털 발자국 등을 고려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플랫폼 규제 동향과 비교해도 공백은 명확하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인권 침해적 콘텐츠와 아동 보호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리벤지 포르노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플랫폼의 신속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가족 분쟁과 의료 정보 폭로처럼 회색지대에 속하는 콘텐츠에 대해선 국내외 모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자극적 제목과 감정적 폭로에 더 높은 노출을 부여하는 구조 속에서,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개인 비방과 신체·정신 건강 관련 정보가 무방비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프라이버시와 플랫폼 책임을 둘러싼 법·제도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개인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가 이혼 소송과 양육권 다툼의 1차 전장이 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이 단순한 기술 제공자를 넘어, 민감 정보와 분쟁 관련 콘텐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전 가이드와 사후 조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정보법학 전문가는 가족과 의료를 둘러싼 디지털 폭로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 대해,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개인의 권리 보호와 사회적 합의가 뒤처져 있다며, 플랫폼 설계와 규제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유튜브와 SNS가 사생활 분쟁의 무대가 된 지금, 기술과 윤리, 이용자 보호 원칙이 조정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