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GSK 美공장 인수로 첫 현지 생산거점 확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거점 경쟁이 미국 현지 생산시설 인수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품에 안으면서 북미 시장에 직접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반 초대형 생산캠퍼스와 미국 현지 거점을 연계하는 이중 허브 전략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강화 기조 속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십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글로벌 제약사 GSK와 메릴랜드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주체는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이며, 거래 금액은 2억8000만달러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내년 1분기 안에 자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공식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공장에서 생산 중인 기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계약을 그대로 승계하게 된다. 단순한 설비 매입이 아니라 GSK가 보유한 생산 포트폴리오 일부와 고객 기반을 함께 확보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대규모 위탁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주하며, 송도 슈퍼플랜트와 병행해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메릴랜드 락빌 HGS 공장은 항체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상업용 생산시설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 설비 규모와 기술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동부 생명과학 벨트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인력·공급망 측면의 장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송도 캠퍼스가 초대형 일괄 생산기지라면, 락빌 시설은 북미 고객 밀착형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은 공정 설계부터 세포배양, 정제, 충전, 품질관리까지 높은 기술 장벽과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한다. 미국 현지에 이미 검증된 상업 생산시설을 확보하면 신규 플랜트를 신축할 때보다 시간과 인허가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 제약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품질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일 수 있어 파트너 선택 폭이 넓어진다.
시장 측면에서 이번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북미 CMO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는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려는 요구가 뚜렷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공장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대형 제약사와의 장기 위탁생산 계약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MO 시장에서는 스위스 론자, 독일 자이텍, 미국 카탈렌트 등이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 다수의 상업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글로벌 고객사와 밀착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 송도 초대형 공장 중심 전략으로 생산능력 측면의 우위를 확보해 왔지만, 고객 접근성과 규제 대응 면에서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는 필수 과제로 거론돼 왔다.
미국은 바이오의약품 허가와 제조를 관리하는 강력한 규제 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 생산시설은 공정 밸리데이션과 품질관리 기준을 직접 충족해야 한다. 락빌 공장은 이미 상업 생산 경험을 보유해 미국 규제 환경에 맞는 설비와 운영 프로세스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향후 추가 품목 수주와 공정 전환 등을 추진하며 미국 규제기관과의 실무 경험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가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생산거점 확보가 향후 추가적인 현지 투자, 기술 제휴, 공동 개발 등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 내 정치·규제 환경 변화와 헬스케어 예산 압박이 투자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오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와 미국을 잇는 양대 생산체제를 어떻게 배치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CMO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뿐 아니라 지역별 규제 대응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가 실제 시장에서 새로운 수주와 파트너십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