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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공 로봇 휘플 수술…연세강남, 수술시간 단축 입증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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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주변에 구멍 하나만 내 로봇팔을 넣어 췌장 머리 부위 종양을 제거하는 단일공 로봇 휘플 수술이 간담췌 고난도 수술의 새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부를 길게 절개하던 개복술과 여러 군데를 뚫는 다공 로봇 수술보다 상처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술 시간까지 줄여, 환자 회복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플랫폼 기술이 간담췌 수술 난이도와 위험을 낮추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췌담도외과 임진홍·김형선 교수팀이 단일공 다빈치 로봇 시스템을 이용해 시행한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 결과를 다공 로봇 수술과 비교 분석한 후향적 연구를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에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은 췌장 머리와 그 주변 장기를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남은 소화기관을 다시 연결해 소화 기능을 유지하는 대표적 고난도 수술이다.  

단일공 로봇 수술은 배꼽 주변 1곳에만 포트를 설치해 카메라와 로봇 팔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존 다공 로봇 수술이 복부 여러 부위에 3개에서 4개의 절개창을 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개부위가 크게 줄어든다. 임 교수팀은 2022년부터 췌미부 절제술, 담도 절제술, 췌장두부 절제술, 이식용 우간 절제술 등 복잡한 간담췌 질환에 단일공 로봇 시스템을 적용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난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에 같은 플랫폼을 확장 적용해 성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했다.  

 

연구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단일공 다빈치 로봇 시스템으로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받은 7명을 실험군으로, 다공 로봇으로 같은 수술을 받은 8명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두 집단의 평균 연령은 각각 54.1세와 60.1세, 체질량지수는 22.9와 22.4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어, 체격과 기저 상태가 비슷한 조건에서 수술법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  

 

핵심 결과는 수술 시간 단축이다. 단일공 로봇 수술군의 평균 수술 시간은 490.7분으로, 다공 로봇 수술군 674.9분보다 약 3시간 이상 짧았다.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를 보여, 동일한 고난도 수술에서 단일공 시스템이 술기 효율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한 포트로 집약된 시야와 기구 조작이 숙련도를 높이면, 복잡한 장기 절제와 재건 과정에서도 시간 절감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혈량과 입원 기간, 주요 합병증 지표는 양 군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예상 출혈량은 단일공 수술군 778.6밀리리터, 다공 수술군 993.8밀리리터로 단일공이 적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수술 후 입원 기간도 각각 16.3일과 13.5일로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췌장과 소장 연결 부위에서 췌장액이 새어 나오는 췌장루 발생 정도, 위 배출 지연 같은 대표적 휘플 수술 합병증 빈도 역시 두 그룹 간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고, 양측 모두에서 중증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일공 방식의 장점은 환자 경험 측면에서 분명하다는 평가다. 임진홍 교수는 단일공 로봇 수술을 활용할 경우 절개 부위가 하나로 줄어 수술 후 통증과 상처 감염 위험이 감소하고, 흉터가 배꼽 주변에 숨겨져 미용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복강 내 합병증 가능성도 낮아져 일상생활 복귀가 수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통증과 상처 관리 부담이 줄어드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담췌 분야는 혈관과 담도, 췌관이 얽힌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로봇 수술 도입이 늦은 영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로봇 관절 유연성과 3차원 고해상도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미세 봉합과 절제가 필요한 휘플 수술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여러 기관이 다공 로봇 휘플 수술을 시도해 왔으나, 단일공 시스템으로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의 수술 시간과 안전성을 정량 비교해 보고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해외에서도 단일공 로봇 플랫폼을 활용한 간담췌 수술 연구가 점차 늘고 있지만, 증례 수가 제한적이어서 표준 술식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센터는 학습 곡선과 비용, 장비 접근성 등을 검토하며 단계적 확대를 모색 중이다. 국내 역시 로봇 장비 도입 비용과 보험 수가, 술기 교육 체계가 보급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일공 로봇 유문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이 다공 로봇 수술과 견줘 수술 시간은 짧고, 출혈과 합병증 같은 안전성 지표는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단일공 로봇 수술기를 간·담도·췌장 전 영역으로 확장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연구가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단일공 로봇 수술이 실제 간담췌 수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제도와 수가 체계가 어떤 속도로 따라갈지 지켜보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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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강남세브란스병원#단일공다빈치로봇#유문보존췌십이지장절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