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금품수수 전혀 없다"…통일교 로비 의혹 피의자들 정면 반박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 특별전담수사팀과 정치권 인사들이 맞붙었다.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규환 전 국회의원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해 향후 수사와 정치권 파장이 주목된다.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으며, 대상에는 전재수 전 장관의 자택과 의원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의원의 자택, 대한석탄공사 사옥도 포함됐다.

전재수 전 장관은 뇌물수수 혐의,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통일교 금품 제공 의혹과 정치권 로비 정황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전재수 전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분명히 불법적인 금품 수수 등의 일은 추호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일교 행사 참석 의혹과 관련해 "형님, 누님들이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절을 다니든 제게는 소중한 형님이자 누님이고 너무나 소중한 이웃"이라고 밝히며, 통일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 행사에 국회의원으로서 참석해 왔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있는 김규환 전 의원도 경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교로부터 불법적인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세상을 살다가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한 게 뭔지를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을 촉발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윤영호라는 사람과는 전화 한 통도 한 사실이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범죄자 한마디 말로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철저히 민·형사상 책임을 물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통일교 전직 간부의 증언만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셈이다.
김 전 의원 측근인 장승호 한국석탄광물주식회사 사장은 통일교 측 내부에서 금품 전달 과정의 이른바 배달사고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는 "여러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해, 향후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책임 공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여지를 남겼다.
수사 대상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연결된 계기로 지목되는 것은 2018년 네팔에서 열린 대형 행사다.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은 2018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 통일교가 주최한 2018 아시아·태평양 서밋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일교 측이 임·김 전 의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 5명을 초청해 항공료와 숙박비 등 체류비를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정양석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숙박비나 체류비 등을 통일교가 지원해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현안 청탁 등 대가성은 부인했다. 통일교가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열면서 교단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을 초청했고, 그 과정에서 체류비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한학자 총재 비서실 사무총장이었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도 네팔 행사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최근 통일교와 정치권 사이 금품 제공 정황을 둘러싼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구속 수감된 상태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서울구치소가 포함된 것도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통일교 내부 자료를 함께 확보하기 위한 수사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 금품 제공과 정치권 인사들의 해외 행사 참석 경위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체류비 지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에 해당하는지, 통일교 측이 특정 입법이나 정책을 대가로 기대했는지 여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여야를 가로지르는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교가 과거부터 정계와 접촉면을 넓혀온 만큼,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추가 이름들이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네팔 행사 성격과 자금 출처, 초청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도덕성 논란과 함께 정치권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구체적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통일교 연루 의혹을 둘러싼 수사 추이를 주시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윤리 검증과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