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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치료제 엔블로정 중국 3상서 대사효과 입증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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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혈당 수치 조절에서 전신 대사 기능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이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 축적 지표를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를 내며 이런 변화에 속도를 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첫 해외 대규모 임상에서 의미 있는 대사 개선 데이터를 확보한 점을 두고 향후 글로벌 대사질환 치료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엔블로정이 중국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3상에서 인슐린 저항성 및 지방 축적 관련 핵심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엔블로정의 첫 해외 3상으로, 이미 성공적인 탑라인 결과를 확보해 현재 중국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엔블로정은 SGLT2 억제제로 알려진 계열의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기전으로 혈당을 낮춘다. 여기에 더해 이번 연구에서 엔블로정은 인슐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인슐린 저항성 지표와, 지방 축적과 관련된 대사 지표를 동시 개선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는 같은 계열 약물과 비교했을 때 혈당 조절 외 대사 안정성에서 차별성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중국 3상은 제2형 당뇨병을 앓는 중국인 환자 3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존 표준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24주 동안 엔블로정 0.3밀리그램 또는 다파글리플로진 10밀리그램을 각각 메트포르민과 병용 투여해 두 약제의 효과를 비교했다. 두 약물 모두 같은 계열에 속하지만, 용량과 분자 특성 차이에 따라 인슐린 감수성과 지방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설계다.  

 

그 결과 엔블로정 병용 투여군에서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다파글리플로진 병용 투여군보다 약 30퍼센트 더 크게 감소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졌다는 것은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더 많은 혈당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혈당 변동 폭을 줄이고 췌장의 베타세포 부담을 덜어 향후 당뇨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체중 증가와 지방 축적 위험을 줄이는 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지방 축적과 관련된 또 다른 지표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나왔다. 인슐린 분비량과 지방 대사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공복 C펩타이드 수치가 엔블로정 투여군에서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 대비 약 47퍼센트 더 크게 감소했다. 공복 C펩타이드가 과도하게 높으면 인슐린 과분비와 지방 축적 위험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이 수치의 상대적 감소는 체지방 과다 축적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 변화로 여겨진다. 다만 실제 체중과 내장지방 감소 정도, 장기적인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는 추가 추적 연구에서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5 미국비만학회에서 포스터 형태로 공개됐다. 중국 베이징대 인민병원 리농 지 교수가 책임 연구를 맡았고, 레이리 가오 교수가 포스터 주저자로 참여했다. 중국 대형 병원과 협력해 축적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인종과 생활습관 특성이 다른 아시아 환자 집단에 특화된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엔블로정의 대사 기능 개선 효과는 중국 3상 이전에도 국내외 학회를 통해 축적돼 왔다. 2024 미국비만학회에서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는 엔블로정 투여 후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이 증가하고, 지방 축적과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렙틴 수치는 감소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어 올해 열린 2025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체중 변화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 수치가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조정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이런 데이터는 단기 체중 감소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사 환경 개선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시장에서 엔블로정이 확보하려는 포지션은 단순한 혈당 강하제를 넘어 당뇨·비만·대사증후군을 아우르는 통합 대사질환 관리 약물에 가깝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는 SGLT2 억제제를 심부전, 만성신장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번 중국 3상에서 확인된 인슐린 저항성 및 지방 축적 지표 개선 결과를 토대로 비만과 기타 대사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후속 연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시아인 특유의 복부 비만과 인슐린 분비 패턴을 반영한 임상 설계가 향후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제약사들이 SGLT2 계열과 GLP1 유사체를 결합한 복합 전략으로 대사질환 시장을 재편하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사질환 치료제가 체중 감량 목적의 생활습관 교정 시장과 겹치며 연 수십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환자 수가 방대하고 의료 접근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핵심 격전지다. 대웅제약이 중국 현지 임상과 품목허가를 동시에 추진해 선점 효과를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허가 절차와 가격·보험 등재 과정은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안전성·유효성뿐 아니라 기존 SGLT2 억제제 대비 차별적인 임상적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만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같이 아직 승인 약제가 제한적인 분야로 적응증을 넓힐 경우, 규제 기관과의 협의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재진 대웅제약 임상의학센터장은 이번 연구가 엔블로정의 전략적 가치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블로정이 혈당 조절을 넘어 체중과 인슐린 대사를 함께 개선하는 효과를 보여준 만큼, 향후 비만과 대사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중국 품목허가와 후속 적응증 확장 임상을 병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엔블로정이 실제 처방 현장에서 기존 약제 대비 차별성을 입증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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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엔블로정#당뇨병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