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도 친환경 교통으로"…삼성, 기후동행카드 품었다
스마트폰 속 디지털 지갑이 친환경 교통정책과 연결되며 도시 이동 서비스를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가 서울시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삼성 월렛 교통카드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교통비 절감과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과 맞물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용 유심과 이심, 웨어러블 기기까지 아우르는 이번 연동 확대가 국내 교통 결제 인프라 고도화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삼성 월렛 교통카드에 기후동행카드 서비스를 새로 추가했다고 12일 밝혔다. 기후동행카드는 정해진 금액을 한 번 충전하면 일정 기간 동안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이다. 통근과 통학처럼 이동 패턴이 고정적인 이용자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됐고,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교통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2024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 월렛에 탑재된 디지털 기후동행카드는 이용 내역 확인, 잔액 조회, 이용권 갱신 등 주요 기능을 앱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물 카드 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 개찰구 통과와 결제, 기간 관리까지 할 수 있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용자에게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교통카드 방식이 실물 플라스틱 카드 발급과 분실 위험, 재발급 절차 등의 불편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모바일 기반 전환이 이용 편의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교통카드 인프라 측면에서도 지원 범위를 넓혔다. 우선 삼성 월렛 티머니 교통카드의 경우 기존에는 유심 방식으로 개통한 스마트폰 중심으로 사용이 이뤄졌으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이심을 탑재한 단말기로까지 지원을 확장했다. 이로써 이용자는 단말기 개통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티머니 기반 선불형, 후불형 교통카드를 선택해 등록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나 개통 방식에 따라 기능 제약이 생기던 구조가 완화되면서, 교통카드 서비스와 모바일 기기 선택의 자유도도 함께 높아진 셈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의 연동 확대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 워치에도 삼성 월렛 교통카드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과 별도로 갤럭시 워치에 삼성 월렛 교통카드 앱을 설치한 뒤 이즐 교통카드를 등록하면, 스마트폰을 소지하지 않아도 손목의 워치만으로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대나 운동 중처럼 스마트폰을 꺼내기 번거로운 상황에서 워치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웨어러블 기기가 도심 이동의 주요 결제 단말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 월렛은 티머니와 이즐 교통카드 모두를 선불형과 후불형 결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같은 공공 교통카드 서비스까지 더해지며,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상업용 교통카드와 공공 정책형 교통카드가 함께 운용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이용 금액 일부를 적립했다가 환급해 주는 제도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는 보상형 정책 카드다. 두 제도 모두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어, 삼성 월렛과 같은 디지털 지갑을 통해 실사용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교통 결제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이번 행보는 기기 생태계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하나의 계정에 연결된 스마트폰과 워치 등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교통카드를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하드웨어 판매뿐 아니라 결제와 이동 데이터가 결합된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페이, 구글월렛 등 빅테크 중심의 모바일 결제와 교통카드 연계가 이미 확산된 상황으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제조사와 교통카드 사업자, 지자체 간 협력이 본격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교통카드가 확산되면서 데이터 보호와 플랫폼 독점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주목 지점이다. 교통 이용 패턴과 이동 경로 정보는 도시 교통 정책 수립과 서비스 고도화에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민감도도 높은 영역이다. 산업계에서는 교통카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있고, 시민단체와 규제 당국은 익명화와 최소 수집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채원철 삼성전자 디지털월렛팀장 부사장은 삼성 월렛이 최상의 고객 경험과 맞춤형 교통카드 선택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동행카드 최초 지원과 티머니, 이즐 기반 다양한 옵션 제공을 언급하며, 사용자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같은 공공 교통정책이 디지털 월렛과 결합하는 흐름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이동 서비스와 친환경 정책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