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 실업률 4.6% 시대 금 1돈 77만 원 돌파…고용둔화에 안전자산 선호 강화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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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지표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금값이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2월 17일을 전후해 미국 실업률이 4.6%까지 치솟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중후반으로 오르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방준비제도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며 금 가격 상승세의 지속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7일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70,663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766,838원에서 하루 새 3,825원 0.5% 오른 수치다. 최근 1주일 평균 가격과 비교해도 10,243원 1.3% 상승했고, 30일 평균 대비로는 26,058원 3.5% 높은 수준이다. 최근 7일 흐름을 보면 12월 9일 747,713원에서 시작해 12월 12일 762,713원을 넘어섰고, 12월 15일에는 773,775원까지 치솟았다가 숨 고르기 이후 다시 77만 원대에 안착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일까지의 최근 1년 최저가인 421,875원과 비교하면 82.7% 급등해, 단기간에 강한 랠리를 이어간 모습이다.

[분석] 미 고용둔화·지정학 리스크, 금값 역대급 상승세 지속되나 (금값시세) (ⓒ톱스타뉴스)
[분석] 미 고용둔화·지정학 리스크, 금값 역대급 상승세 지속되나 (금값시세) (ⓒ톱스타뉴스)

환율도 금값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12월 17일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6원으로 전일보다 1.6원 올라 국내 금 시세를 추가로 자극했다. 국제 가격이 달러로 형성되는 만큼, 환율 상승은 원화 기준 금값의 상단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시장에서도 금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은 화요일 온스당 4,320달러를 넘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각종 지표가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가운데, 그동안 누적된 차익 실현 매물을 상쇄할 만큼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사상 최고가 재도전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실업률이 2021년 이후 최고치인 4.6%로 상승하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된 점이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달러 강세 피로감과 맞물려 금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도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회담 기대가 일시적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금 수요를 약화시키는 듯했지만, 중동과 유럽을 둘러싼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점이 다시 안전자산 수요를 고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금과 달러에 대한 방어적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300달러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중 4,350달러 수준의 주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는 등 혼재된 미국 경제지표 속에서 제한적인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원 환율 역시 1,470원 초반대에서 하방 압력을 받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와 결제 수요 등 수급 요인으로 상방 압력도 동시에 존재해, 환율 변동성이 국내 금값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단기 완만한 강세 구조는 유지되지만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어 추격 매수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실물 수급 측면에서는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USA GOLD 자료에 따르면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은 비율이 68.54 수준을 기록하면서 은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브라질 등 일부 중앙은행이 금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고, 인도의 보석류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실물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점도 중장기적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중국 공상은행이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귀금속 거래를 중단하는 등 일부 금융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개별 투자자 매수세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발표될 주요 지표가 금값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주에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결정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에 대한 기대치가 조정될 수 있어서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일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확인되면 달러 약세와 함께 금 가격을 떠받치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시세 차익에 집착하기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변동성이 큰 은 등 귀금속은 급격한 가격 조정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무리한 전량 매수 대신 분할 매수와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한 국내 금 투자는 국제 시세뿐 아니라 환율, 외국인 수급 등 복합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흐름과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금값 흐름은 미국 고용과 물가, 주요국 통화정책, 지정학 리스크 강도에 따라 방향성이 재조정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와 차익 실현 매물이 맞서는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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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미국실업률#원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