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닥 시가총액 500조원 첫 돌파…정책 기대에 저평가 우려 완화 조짐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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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이 12월 4일 장중 기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조원을 넘어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코스닥에 정책 지원과 모험자본 활성화 기대가 유입되면서 중소·벤처 중심 성장 시장의 체질 개선 논의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향후 정책 구체화와 대형주의 잔류 여부가 지수 흐름은 물론 자본시장 구조 변화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11분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500조6천62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은 6월 11일 406조7천165억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후 꾸준한 시가총액 확대가 이어진 끝에 이날 처음으로 500조원 선을 장중 돌파했다.

코스닥 장중 시가총액 500조원 첫 돌파…정책 기대에 6거래일 연속 상승
코스닥 장중 시가총액 500조원 첫 돌파…정책 기대에 6거래일 연속 상승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효과와 대형 수출주의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흐름을 보였다. 6월 4일부터 10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48.24%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상승률은 20.02%에 그치며 코스피의 절반 수준에도 미달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에서 성장한 대형 종목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택하면서 코스닥이 구조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엔씨소프트, 네이버, 셀트리온 등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높은 주가 변동성과 함께 신규 혁신기업 상장 부족이 코스닥 디스카운트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해 왔다.

 

분위기는 지난 11월 하순을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코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11월 26일 877.32에서 12월 3일 932.01로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6.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1.90%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뚜렷한 강세를 보인 셈이다.

 

최근 강세의 배경에는 정부의 코스닥 및 모험자본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1월 28일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코스닥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개인투자자의 재진입과 기관·연기금의 저가 매수 유입이 맞물리며 거래대금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설명자료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계속 검토 중이지만 코스닥시장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책 방향은 검토 단계인데도 시장은 정부가 코스닥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며 정책 수혜 기대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기조도 코스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코스닥은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성장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 확대 논의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와 확장 재정 정책이 시중 유동성 확대를 통해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코스닥 시장에 대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가 더해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코스피와의 키 맞추기 성격의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대형주의 이전 상장 이슈는 여전히 부담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알테오젠은 9월 29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공지했고, 이르면 12월 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전 상장 관련 안건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초 코스피 이전 상장 신청을 철회한 바 있으나, 최근 다시 이전 상장 재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코스닥 대형주의 이탈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잇단 코스피행은 코스닥 유동성과 지수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이 정책 기대와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지수와 시가총액 측면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규 혁신기업 상장 확대와 함께 기존 대형주들의 잔류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코스닥 전용 인센티브 수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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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코스피#알테오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