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추미애냐" "빠루나 들고와라"…나경원 필리버스터 중단에 본회의 아수라장
정기국회 마지막 날 여야 갈등이 필리버스터를 둘러싸고 폭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우원식 국회의장이 두 차례 중단시키자 고성과 항의가 뒤엉키며 본회의장이 극한 대치의 장으로 변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고, 오후 4시 26분께 나경원 의원이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나경원 의원이 별도의 인사 없이 곧장 발언을 시작하자 우원식 의장은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인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사과 없이 "사법파괴 5대 악법, 입틀막 3대 악법을 철회해 달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달라"며 쟁점 현안을 겨냥했다.
그러자 우 의장은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라"고 제지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여러분이야말로 국회를 깔고 앉아서 입법 독재를 하는,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입법 내란 세력"이라고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우 의장은 회의 진행 방해를 이유로 국회법 제145조 회의 질서 유지 조항을 근거 삼아 오후 4시 39분께 나 의원 마이크를 끄도록 했다.
우 의장은 "저는 아주 의회주의자다"라며 "지금 나 의원의 태도는 사회자를 무시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나왔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가 꺼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상범·강민국·박준태 의원 등은 "국회의장이면 다냐", "마이크를 켜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은혜·곽규택 의원 등은 우 의장을 겨냥해 "우미애", "제2의 추미애"라고 외쳤다. 우 의장이 추미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처럼 일방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본회의장에 돌리자,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은 "불법 유인물을 회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나 의원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우 의장의 지시로 오후 4시 57분께 나 의원 마이크에 전원이 다시 들어왔지만, 재개된 발언은 오래가지 못했다. 11분 뒤인 오후 5시 8분께 마이크가 다시 꺼졌고, 나 의원은 꺼진 마이크 앞에서 육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원내대변인이 자당이 보유한 무선 마이크를 연단에 전달해 나 의원이 착용했지만 소리는 송출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개인 방송국이냐", "빠루나 들고오세요"라는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의사진행을 둘러싼 공방이 조롱과 막말로 번진 셈이다.
우 의장은 의장석에서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다 나 의원에게 "누가 마이크를 갖다줬느냐"고 질책했다. 이후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오후 5시 40분께 무선 마이크를 회수했고, 발언대 마이크 전원은 꺼진 지 1시간 1분 만인 오후 6시 9분께 다시 켜졌다.
우 의장은 무선 마이크를 허가 없이 반입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나 의원은 "의장께서 이렇게 진행하시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맞받았다. 양측 설전이 이어지는 동안 본회의장 곳곳에서는 고성이 이어졌다.
결국 우 의장은 오후 6시 19분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본회의 정회를 선언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는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절차 충돌과 막말 공방으로 중단됐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 책임을 거듭 부각했다. 곽규택 원내대변인은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률과 규정을 무시한 국회의장의 폭거다. 우 의장이야말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행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회의를 진행한 의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금 본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건 우 의장"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야가 필리버스터의 범위와 본회의 질서 유지를 두고 정면 충돌한 가운데, 정기국회 폐회 이후에도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 방식과 국회 운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다시 상정하는 과정에서 이날 파행의 후폭풍을 놓고 추가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