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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7세 고시 막는다”…국회 교육위, 유아 입학시험 금지법 합의 처리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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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조기 사교육과 아동 인권 침해를 둘러싼 논쟁과 국회 교육위원회의 입법 대응이 맞붙었다. 유아 대상 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첫 관문을 넘어서면서 사교육 규제 논의가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유아에 대한 선발 시험을 제한하는 데 뜻을 같이하며 조기 사교육 관행을 제도적으로 손보는 데 나선 모양새다.

개정안은 유아를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로 규정하고, 학원과 교습소, 개인과외가 이들을 모집할 때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선발 시험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새로 뒀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 영어학원 등에서 이른 나이의 유아를 대상으로 사실상 입시 형태의 시험을 치르게 해 온 관행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다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입학 이후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시험이나 평가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애초 발의된 개정안 원안에는 입학 후 수준별 배정을 위한 시험과 평가까지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여야는 학습 효율성과 현장 운영 현실을 고려해 이 부분은 삭제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선발을 목적으로 한 사전 입학시험은 막되, 학습 단계별 분반을 위한 평가는 일정 부분 인정하는 절충이 이뤄졌다.

 

입법 논의의 배경에는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인권과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둘러싼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7세 고시 등으로 불리는 극단적 형태의 조기 사교육 관행을 언급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당시 의견 표명에서 유아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과 경쟁을 강요하는 행태가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사교육 과열 현상에 대해 "아동 인권 침해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최교진 장관 발언은 정부가 단순한 사교육 시장 관리 차원을 넘어 아동 권리와 발달권 보호를 정책 기조로 삼겠다는 방향성을 읽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조기 사교육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원 자율성과 학부모 선택권 문제를 둘러싼 추가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은 조기 교육 경쟁을 완화해 부모 부담을 덜고 아동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부 야당과 교육 현장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경우 교육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또한 유아 선발 시험 금지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될지, 편법적 상담·관찰 평가나 서류 전형 등 다른 방식으로 선발 기능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법률상 선발 시험 금지 조항이 만들어지더라도 감독과 제재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 구조와 수요를 함께 다루지 않으면 규제가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향후 전체회의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처리를 차례로 밟게 된다.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여야는 추가 논의 과정에서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장 적용 기준을 세부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논의를 계기로 조기 사교육 실태 점검과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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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교육위원회#4세7세고시#국가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