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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공공성 회복”…이재명, 초대 방미통위에 법률가 투톱 기용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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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규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과 인사 논란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통위와 국토교통부 핵심 직위에 법률가와 정책 관료 출신을 전면에 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공방이 예고된 인사청문회와 함께 향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명했다. 아울러 대통령 지명 몫 위원으로 류신환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를 위촉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김이탁 경인여자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겸임교수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일 공식 출범했지만 두 달 가까이 사실상 공전 상태였다. 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조직 구성과 세부 정책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인사 발표로 방미통위의 기능 정상화와 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종철 후보자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헌법학자이자 언론법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주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방송과 미디어의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인사"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규제를 혁파하고 법제를 정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 절차를 밟게 된다.

 

김 후보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연구위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인권법학회 회장, 언론법학회 회장, 한국공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헌법학자다. 미디어 규제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헌법적 기준 설정에 참여해온 이력이 많아 향후 방미통위의 기본 방향에 그의 법리 해석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몫 방미통위 위원으로 지명된 류신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등을 지냈다. 강유정 대변인은 류 위원에 대해 "변호사 활동 기간 중 상당 부분을 미디어 이용자의 권익 보호와 피해자 지원에 할애해 온 언론 분야 법률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딥페이크 등 역기능이나 디지털 유해 정보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 중심의 미디어 환경 조성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위원장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대통령이 2명, 여당 교섭단체가 2명, 야당 교섭단체가 3명을 각각 추천한다. 이날 인사로 대통령이 지명권을 가진 위원장과 위원 자리가 모두 법률가 출신으로 채워졌다. 여당과 야당이 추천할 나머지 5명 구성에 따라 위원회의 정치적·전문적 균형에 대한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방미통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룰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권 교체 때마다 여야 갈등의 진앙이 돼 왔다는 점을 이유로 정치인 출신 위원장 인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언론법과 헌법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운 인사를 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지향보다는 법률적 기준을 앞세워 현장에서 실질적인 제도 개편 성과를 내라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야당은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방미통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문제를 집중 검증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향후 방미통위가 신문·방송 겸영 규제, 플랫폼 사업자 책임,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규율 등 민감한 안건을 다루게 되는 만큼, 여야의 미디어 전략도 인사 검증 과정과 맞물려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김이탁 경인여자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겸임교수를 발탁했다. 김 신임 차관은 국토교통부에서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과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을 역임하며 도시재생과 주거·도시 정책 전반을 담당해 온 관료 출신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김 차관에 대해 "과거 대규모 국책사업인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등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또 "주거 안정, 지역균형 거점 육성 등 정부의 역점 과제를 안정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전세·월세 부담 확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차관을 통해 주거 안정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전임자인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 국면에서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내려가면 그때 사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부적절한 언행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상경 전 차관은 사퇴했다. 이에 따라 새 차관에게는 주거 정책의 신뢰 회복과 민심 진정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방송·미디어 규제와 주거 안정 정책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법률가 중심 인선을 전문성 강화 카드로 내세우고, 야당은 권력 감시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우려를 전면 제기하며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방미통위 인선과 국토교통부 인사 검증을 병행하며 관련 정책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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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종철#류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