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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바이오마커 앞세운 인재 영입…리가켐, TR 전략 재정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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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병리 바이오마커 기술이 항체 약물 접합체와 면역항암제 개발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리가켐바이오가 해당 분야 전문 인재를 전면에 배치했다. 글로벌 의료 AI 기업에서 임상과 중개연구를 이끌어 온 종양내과 전문의를 영입해 연구개발과 임상 간 연결을 강화하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AI 바이오마커 기반 중개연구 체계 구축이 국산 항암 파이프라인의 차별화 지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의료 AI 기업 루닛의 전 최고의료책임자이자 종양학 분야 중개연구 전문가인 옥찬영 박사를 신설된 TR 센터장으로 영입했다고 11일 밝혔다. TR은 전임상과 임상 사이에서 기전과 효과를 검증하는 중개연구를 뜻하는 개념으로, 신약 후보의 임상 성공률과 개발 효율을 좌우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인사를 통해 자사 항체 약물 접합체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준비와 글로벌 공동개발 협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옥찬영 센터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종양내과 진료교수로 활동한 임상의이자 중개연구 전문가다. 실제 환자 진료를 바탕으로 축적한 임상 경험과 연구 설계 역량을 동시에 보유해, 후보물질의 임상적 유의성을 설계 초기부터 반영할 수 있는 인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고형암 분야 항암제 반응 예측과 환자 선별 전략을 다뤄온 이력은 향후 리가켐바이오가 추진하는 정밀의료형 임상 디자인과도 맞닿는 대목이다.

 

루닛 재직 기간 동안 옥 센터장은 6년간 최고의료책임자로 근무하며 인공지능 기반 병리학적 바이오마커 개발을 주도했다. 디지털 병리 영상과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종양 미세환경을 정량 분석하고, 면역항암제 반응성과 예후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고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제넨텍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이끌며 AI 분석 결과를 실제 항암제 개발 파이프라인에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한 경험은 기술적 검증과 규제 대응, 다국가 임상 설계에 적용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옥 센터장을 중심으로 ADC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전반의 바이오마커 발굴과 검증, 임상 전략 수립을 체계화한다는 계획이다. ADC의 경우 항체가 인식하는 표적 발현 정도와 약물 전달 효율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고, 면역항암제는 종양 내 면역세포 분포와 면역 관련 유전자 발현 패턴이 반응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AI 기반 병리 분석과 분자 바이오마커를 결합한 다중 바이오마커 전략으로 환자 선별 정확도를 높이고, 임상 실패 위험을 줄이는 방향의 개발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측면에서는 AI 병리와 중개연구 인력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인사가 리가켐바이오의 글로벌 제휴와 라이선스 아웃 협상에서 신뢰도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는 ADC와 면역항암제 후보의 도입 시점에서부터 바이오마커 전략을 필수 요소로 요구하고 있어, 초기 단계부터 임상적 타당성과 반응 예측 체계를 갖추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분위기다. 리가켐바이오가 AI 병리 경험을 보유한 TR 조직을 전담 센터로 신설한 배경에는 이러한 글로벌 기준에 맞춘 개발 거버넌스 구축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병리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항암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디지털 병리 스타트업과 손잡고 임상시험에서 AI 분석을 보조 도구로 도입하고 있으며, 종양 조직의 공간 단백체 분석과 결합한 복합 바이오마커를 통해 반응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루닛을 비롯한 일부 의료 AI 기업이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지만, 제약사가 직접 TR 조직에 AI 병리 경험을 결합하는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옥 센터장은 루닛과 컨설팅에서 축적한 AI 바이오마커 및 중개연구 경험을 리가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에 접목해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리가켐바이오의 ADC와 면역항암 포트폴리오의 임상 진입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산업계는 인공지능과 중개연구 역량을 결합한 인재 영입이 실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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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옥찬영#루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