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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접는 태블릿폰”…삼성, 갤럭시 Z 트라이폴드 공개로 폼팩터 실험 가속

오태희 기자
입력

두번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태블릿에 가까운 사용 경험을 앞세워 폼팩터 경쟁의 변곡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새로운 트라이폴딩 구조를 적용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개하며 폴더블 기술력을 집약했다고 강조했다. 10형 수준의 대화면과 역대 갤럭시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를 구현했지만, 300g을 웃도는 무게와 양손 사용이 사실상 필수인 구조, 350만원대 가격은 대중 확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이 판매량보다 기술 리더십을 부각하는 전략적 모델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펼쳤을 때 253밀리미터, 약 10형 크기의 메인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접었을 때는 갤럭시 Z 폴드7과 동일한 164.8밀리미터, 약 6.5형 바 타입 화면으로 동작해 태블릿과 스마트폰 사용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폼팩터를 구현했다. 접은 상태 두께는 12.9밀리미터,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은 3.9밀리미터로, 화면을 두번 접는 구조임에도 기존 폴더블폰 대비 경쟁력 있는 슬림 디자인을 확보했다. 참고로 전작 격인 일반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6는 접었을 때 12.1밀리미터, 폴드5는 13.4밀리미터였다.  

핵심 부품인 힌지에는 트라이폴딩 구조에 최적화된 아머 플렉스힌지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힌지 소재로 티타늄을 채택해 강성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양측 힌지는 좌우 대칭 듀얼 레일 구조로 설계돼 세 개의 디스플레이를 부드럽게 접고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펼쳤을 때 각 패널의 무게를 균일하게 분산해 패널 변형과 내구성 저하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노렸다. 사용 감각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면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각도에서 자연스럽게 고정되고, 여러 각도로 세워두는 스탠딩 활용도 가능했다.  

 

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과 120헤르츠 주사율을 지원해 고화질 영상과 게임 환경을 위해 튜닝됐다. 직접 사용해본 체감으로는 OTT나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 소비 시 일반 태블릿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의 몰입감을 제공했다. 화면 비율상 멀티태스킹, 문서 작업, 웹 서핑 등 생산성 활용에서도 기존 폴더블폰보다 여유로운 작업 공간이 확보된다. 사실상 접히는 태블릿에 가까운 포지셔닝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실사용 편의성에는 뚜렷한 과제도 존재한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무게는 309그램으로, 같은 회사 플래그십 기준 갤럭시 Z 폴드7 215그램, 폴드6 239그램, 갤럭시 S25 울트라 218그램보다 무겁다. 실제로 갤럭시 Z 트라이폴드와 갤럭시 S25 울트라를 동시에 쥐어보면 무게 차이가 즉각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두번 접는 구조에서 기기 크기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경량화에는 기술적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접는 구조도 사용성 측면에서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가운데 화면을 기준으로 양쪽 패널이 G자 형태로 접히는 구조다. 설계상 왼쪽 화면을 먼저 접고, 이후 오른쪽 화면을 덮는 순서로 닫혀야 한다. 이 때문에 오른쪽 힌지가 왼쪽보다 두껍게 설계돼 구조적 순서를 유도한다. 그러나 실제 사용에서는 오른손잡이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화면을 먼저 접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잘못된 방향으로 접을 경우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알리는 보호 기능을 탑재했다.  

 

또 다른 제약은 양손 사용이 사실상 필수라는 점이다. 기존 폴더블폰은 구조상 한 손으로도 어느 정도 펼치거나 접는 동작이 가능하지만,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세 부분으로 나뉜 넓은 패널과 G자 힌지 구조 특성상 한 손으로 열다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실제 사용에서 안정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기기를 잡아야 해 이동 중 간편한 조작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화면에 최적화된 콘텐츠 소비와 생산성 작업에는 유리하지만, 자주 꺼내 빠르게 확인하는 일상형 스마트폰과는 뚜렷이 다른 사용 패턴을 요구하는 셈이다.  

 

가격 전략도 대중화보다는 기술 과시와 시장 테스트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출고가는 35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 폴더블폰 대비 새로운 폼팩터와 복잡한 구조를 감안하면 제조원가 대비 가격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엿보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큰 금액이다. 업계 일각에서 이번 제품을 판매량보다는 폴더블 기술 리더십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모델로 보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 인식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 미디어 브리핑에서 트라이폴드를 스페셜 에디션 개념으로 규정했다. 임 부사장은 대량 판매보다는 원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제품이라며, 메모리 가격과 여러 원가 요인이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대국적 결단으로 현재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 갤럭시 Z 폴드7이 예상보다 강한 수요를 얻은 점을 언급하며 폴더블폰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폴더블폰, 특히 폴드 타입 시장 확대를 촉발하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대화면 작업과 멀티태스킹 수요가 높은 헤비 유저,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새로운 사용성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차기 폼팩터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시 전략은 선별된 시장 중심의 점진적 확산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12일 한국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먼저 출시한 뒤 중국,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으로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을 포함한 전국 2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정식 출시 전인 9일부터 동일한 20개 매장에 체험 공간을 마련해 실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제품 라인업은 16기가바이트 메모리와 512기가바이트 스토리지를 탑재한 단일 구성으로 정리됐다. 색상 역시 크래프티드 블랙 한 가지로만 선보이며, 수요 예측과 생산 효율을 고려한 제한적 SKU 전략을 택했다.  

 

폴더블 시장 전체 관점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폼팩터 진화를 한 단계 더 밀어 올린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300그램이 넘는 무게, 양손 의존도가 높은 구조, 고가 책정은 주류 시장으로의 빠른 확산을 제약할 수 있다. 산업계는 삼성이 트라이폴드 출시를 계기로 차세대 폴더블 구조와 경량화 기술,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어떤 방향으로 진화시킬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확보할지 지켜보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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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z트라이폴드#삼성전자#폴더블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