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728조 원 유지”…여야, 내년 예산안 감액 4조 잠정 합의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국회에서 여야가 물밑 협상 끝에 절충점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다.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예산 총액을 둘러싼 대타협 가능성이 열리면서 정국의 긴장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벌인 결과, 정부 원안인 728조 원 규모의 총지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총 감액 규모를 약 4조 원 수준으로 설정하고, 감액 항목과 더불어 증액이 필요한 세부 사업은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협상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오후 회동을 통해 예산안 쟁점을 조율하며 막판 이견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양측은 이재명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인공지능 혁신펀드, 공공AX 등 핵심 사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예산 확보를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과 효율성을 앞세워 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총지출 규모를 정부 원안 수준인 728조 원으로 맞추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협상은 급진전했다. 여야는 예산 수정안의 총 감액 규모를 4조 원 안팎으로 설정하되, 법정·의무지출 등 필수소요는 오히려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업별 증감 여부는 후속 실무 협상에서 최종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약 2시간가량 이어진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감액 협상은 됐고 증액 관련 협상은 완료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통화에서 “합의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상 과정에서 긴장 국면도 있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두 차례 회동을 가졌는데, 오전 첫 회동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협상 시작 약 20분 만에 협상장을 떠나면서 한때 분위기가 냉각됐다. 그러나 약 50분 뒤 이들이 복귀하면서 협상이 재개됐고, 이후 총액 유지와 감액 규모를 둘러싼 절충 논의가 속도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이 신속히 통과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법정 시간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재정 건전성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합리적 조정을 수용하겠다는 기류가 포착되면서, 여야 모두 법정 시한 준수를 향한 정치적 부담을 공유하는 양상이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 1일로부터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2일 밤 12시다. 그러나 국회는 그동안 이 시한을 지키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정 시한이 준수된 해는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뿐이었다.
예산안 법정 시한 준수 여부는 정권 초기 국정 동력과도 직결된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인 만큼, 여야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한을 넘길 경우 협치 무능론과 책임 공방이 거세질 수 있다. 반대로 2일 안에 합의안을 도출해 본회의에서 처리에 성공하면, 5년 만의 법정 시한 준수라는 기록과 함께 최소한의 예산정치 복원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여야는 2일까지 감액·증액 항목을 확정해 예산안 합의문을 마련한 뒤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세부 증감 협상을 이어가며 법정 시한 내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고, 정치권은 예산안 마무리 과정에서 책임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