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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전반 긴밀 협력”…케빈 김, 정연두 첫 면담서 한미 공조 강조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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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 속에서 한미 외교 라인이 다시 마주 앉았다. 한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 인선이 마무리된 직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두 나라 실무 책임자들이 만나 북한 문제 전반을 논의하며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면담하고 대북정책과 북핵 문제 대응 방향을 협의했다.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차관급으로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직위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석 상태였다가 지난달 28일 정 본부장이 임명되며 라인이 재정비됐다.  

김 대사대리는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미국과 한국은 모든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 전반에 걸쳐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미사일 위협, 인권, 사이버 도발 등 복합적인 대북 현안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양국 협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논란이 된 표현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미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 사용에 우려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대사대리는 “땡큐”라고만 답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논란 확산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언론은 김 대사대리가 한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표현과 ‘핵 없는 한반도’라는 새로운 표현 사이에 미묘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며 외교적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미국 측이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지 않은 데다, 김 대사대리가 재차 언급을 피하면서 논쟁은 수면 아래에서 정리되는 양상이다.  

 

한국 정부도 상황 진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미는 대북정책 전반에 있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중”이라고만 밝혔다. 표현 차이 논란에는 직접 대응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에서 양국 공조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정연두 본부장 임명으로 북핵 협상 라인이 복원되면서 한미 공조는 다시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공석이었던 수석대표 자리가 채워진 만큼, 향후 한미 간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관련국과의 다자 협상 채널이 보다 체계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표현 논란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 외교 당국이 공조 기조를 반복해 확인하고 있어, 공식 협의 테이블에선 기존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제재·대화 병행 기조를 토대로 실무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향후 정연두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정례화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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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김#정연두#외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