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도 함께 매각돼야 한다”…트럼프, 워너브러더스 인수전 압박에 규제 리스크 고조
현지시각 기준 10일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USA) 대통령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워너브러더스) 매각과 관련해 CNN도 함께 매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번 발언은 진행 중인 워너브러더스 인수전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며, 미국(USA) 내 언론 자유와 경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발언에서 CNN을 거듭 비판하며 “현재 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매우 부정직한 집단”이라며 “그 집단이 계속 운영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CNN은 다른 것들과 함께 매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CNN을 좌파 성향으로 규정하고 ‘가짜뉴스’라고 지칭해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발언을 토대로, CNN의 소유권이 포함되지 않은 워너브러더스 매각 거래에 대해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특히 CNN을 분리하지 않고 워너브러더스 전사를 인수하겠다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의 제안과, 영화·TV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부문만 사들이려는 넷플릭스의 분할 인수 구조를 비교할 때, 대통령 발언이 양측에 서로 다른 규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5일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720억달러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제안에 따른 주당 매입가는 27.75달러로 책정됐으며,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HBO 맥스를 결합해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워너브러더스의 케이블 채널 부문은 제외한 채, 제작·플랫폼 중심 사업만 떼어내는 구조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서 넷플릭스와 각축을 벌여오다가, 워너브러더스 전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적대적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파라마운트는 CNN을 포함한 케이블 채널 전체를 함께 사들이는 조건으로 워너브러더스 전사에 대해 주당 30달러를 제시한 상태다. 주당 가격은 넷플릭스 제안보다 높고, CNN을 포함한 종합 인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과 정치권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외에 CNN, TNT,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케이블 채널을 거느린 복합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 잡아왔다. 회사 측은 이미 지난 6월, 콘텐츠 제작·스트리밍 부문과 케이블 방송 부문을 분리하는 구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3분기까지 CNN 등 케이블 채널이 포함된 방송 사업 부문의 기업 분할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규제 환경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백악관의 정치적 메시지가 추가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블룸버그는 할리우드와 워싱턴 정가가 워너브러더스 인수전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 발언이 미국(USA) 내 독점 규제 심사와 언론 관련 거래 심사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라마운트의 데이비드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미국(USA) IT 업계 거물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아들로, 부친인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온 인사로 알려져 있다. 가족 관계와 정치적 인맥이 얽히면서, 파라마운트 측 인수 제안이 백악관에서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인수전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데이비드 엘리슨 CEO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할 경우 CNN에 대해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CNN의 편집 방향과 경영 구조가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투자자·경영진에 의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을 키우며, 미국(USA) 언론계 안팎에서 독립성 훼손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파라마운트 측 제안과 백악관 사이의 연결 고리 가능성이 시장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 관련 질문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간 인수 경쟁과 관련해 최종 규제 심사에 자신이 직접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에도 넷플릭스의 선제적 인수 합의에 대해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언급해 반독점 심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당시 그는 “그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음을 강조했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와 회동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정황은 넷플릭스 인수안이 향후 독점 규제 심사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와 분리된 순수 경쟁 정책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CNN의 향후 처리 방향은 국제 언론계와 투자자들에게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은 단순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재편을 넘어, 특정 언론사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 논란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미국(USA) 미디어 규제 기관과 사법부가 행정부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CNN 포함 여부와 미국(USA) 행정부의 규제 기조가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의 승자를 가를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의 인수 구조 차이, 그리고 정치·규제 리스크가 향후 협상 구도와 거래 성사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글로벌 미디어·투자 업계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