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치과마취제 새판 짠다…오스템, 리도카인 자체개발로 승부
치과 시술에 필수인 국소마취제 시장에 국내 기업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직접 수행한 신제품이 등장했다. 그동안 국내 치과용 리도카인·에피네프린 주사제는 외산 품목과 위수탁 방식 국산품에 사실상 의존해 왔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체 개발한 오스템리도카인은 마취 효과 발현 속도를 앞세워 진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치과 마취제 기술 경쟁 구도를 바꿀 변수로 주목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4일 치과 전문 국소마취제 오스템리도카인·에피네프린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개발 기획 단계부터 허가, 생산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직접 수행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국내 치과용 전문 마취제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고, 수입·위수탁 중심 구조를 자사 기술 기반 제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오스템리도카인은 대표적인 국소마취 성분 리도카인과 혈관 수축제 에피네프린을 조합한 치과 시술용 주사제다. 리도카인은 신경 세포막의 나트륨 이온 통로를 차단해 통증 전달을 억제하는 국소마취제이고, 에피네프린은 혈관을 수축시켜 약물이 주사 부위에 오래 머물도록 해 마취 지속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치과 영역에서는 충치 치료부터 발치, 임플란트 식립까지 대부분의 침습적 시술에 사용되는 표준 조합이다.
회사는 특히 마취 효과가 실제로 환자에게 체감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른바 온셋 타임을 핵심 차별 포인트로 제시했다. 온셋 타임은 국소마취제가 조직 내에서 적정 농도에 도달해 통증 자극 전달이 차단되는 시점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짧을수록 시술 대기 시간을 줄이고 진료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외부 시험 기관을 통해 Von Frey Test를 활용한 비교 평가를 진행했다. Von Frey Test는 일정한 압력 자극을 가해 통증 반응 유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마취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수치화할 수 있다. 시험 결과 오스템리도카인의 마취 발현 속도는 비교 실험군 대비 약 36퍼센트 이상 빠른 것으로 확인됐고, 전체 마취 유지 시간은 기존 실험군과 동등 수준을 보여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치과 현장에서는 마취 발현 지연이 진료 흐름의 병목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다수의 환자를 연속으로 진료하는 개원가에서는 마취 후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사와 환자 모두 불편이 커진다. 온셋 타임이 짧은 마취제를 사용할 경우 한 명당 대기 시간을 줄여 일일 진료 가능 인원을 늘리고, 환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대기 스트레스와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치과용 리도카인·에피네프린 주사제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허가된 국산 리도카인·에피네프린 국소마취제는 지난 46년 동안 외산 제품이나 국내 위수탁 방식 허가 품목 위주로 구성돼 왔으며, 실제로 선택 가능한 제형은 3종에 불과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성분 조합과 제형, 발현 속도 등에서 세밀하게 맞춤 선택하기 어려웠고, 공급 불안이나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 여지도 좁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개발 단계부터 관여한 국소마취제를 내놓으면서 치과용 전문 마취제 시장의 자국 기술 비중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플란트와 치과용 소재, 장비 등 토탈 솔루션을 구축해 온 회사가 국소마취제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함에 따라, 진료 전 과정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된 라인업을 제공하는 전략도 가능해졌다.
실제 글로벌 치과 시장에서는 임플란트와 진료용 장비, 바이오 소재, 소모품을 통합 공급하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소마취제와 같은 기초 의약품을 자체 기술로 확보하는 움직임은 공급망 안정화와 품질 관리 일원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치과용 마취제와 기타 치과 전용 약물을 묶어 제공하는 사례가 많고, 디지털 진료 시스템과 연계한 교육 패키지를 통해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전략도 활용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마취 발현 시간을 줄이는 것이 연구개발의 핵심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취 후 발현까지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부터 허가, 생산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직접 전담해 오스템리도카인을 내놓게 됐다며, 일상 진료 환경에서 빠른 마취 발현으로 진료 대기 시간을 줄여 임상의들의 불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표로는 국내 치과 전문 마취제 기술력 향상을 꼽았다. 회사 측은 이번 제품 출시가 마취제 품질과 성능 경쟁을 자연스럽게 촉발해, 결과적으로 국내 치과용 국소마취제 전반의 기술 수준이 올라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상호 견제와 비교가 가능한 다수의 제품이 시장에 존재할수록, 의료진은 임상 데이터와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치과용 국소마취제는 기존에 검증된 성분 조합이 주류를 이루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물질보다는 제제 설계와 품질 관리, 발현 특성 개선이 경쟁 포인트가 되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 기반과 품질 시스템을 축적한 기업들이 진입할 여지가 크지만, 그간 수입·위수탁 중심으로 고착돼 혁신 동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스템리도카인의 출시는 이러한 구조에 변화를 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향후 국내외 허가 확대와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할 경우, 치과 치료의 전 과정에서 국산 디지털 솔루션과 약제를 결합한 패키지 모델이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마취제는 국가별 규제와 허가 절차에 따라 시장 진입 속도가 달라지는 영역이어서, 실제 글로벌 확장 전략과 규제 대응 수준이 중장기 경쟁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국내 치과계에서는 진료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마취제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장기간 축적된 외산 브랜드 신뢰도와 실제 임상 경험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 환자에서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어떻게 축적해 나갈지 등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오스템리도카인이 치과 전문 마취제 시장 내 국산 기술 비중을 높이는 신호탄이 될지, 혹은 제한된 틈새 상품에 머물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국소마취제와 같은 기본 의약품에서도 개발과 생산을 통합하는 역량이 확보돼야 치과 바이오 산업 전반의 자립도가 높아진다는 지적과 함께, 기술과 품질 경쟁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