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1.84% 급락 마감…AI 거품 논란에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한채린 기자
입력

인공지능 AI 산업의 거품 논란이 재부각된 가운데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커지며 15일 코스피가 2%에 가까운 낙폭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 뉴욕 증시 약세와 글로벌 반도체 수익성 우려가 겹치며 대형주의 조정 폭이 확대됐고,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노출을 줄이며 관망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단, 코스닥과 일부 바이오·내수주는 저가 매수 유입으로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하락장을 방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6.57포인트(1.84%) 떨어진 4,090.5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해 4,053.74에 시가를 형성한 뒤 개장 직후 4,052.65까지 밀렸다. 이후 4,100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나 장 마감 직전 매도세가 다시 강화되며 4,09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내린 1,471.0원에 마감해 환율은 소폭 안정되는 흐름이었지만 주가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1.84% 급락 4,090.59 마감…AI 거품 논란에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코스피 1.84% 급락 4,090.59 마감…AI 거품 논란에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598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4,741억 원어치를 팔아 하락 압력을 더했다. 다만 연기금은 1,166억 원 규모로 순매수에 나서며 완충 역할을 했다. 개인은 1조4,151억 원을 순매수하며 대규모 저가 매수에 나섰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966억 원, 개인이 462억 원을 각각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5,434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해 현선물 합산으로 외국인 매도, 기관 매수 구도가 형성됐다.

 

해외 증시 불안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12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500 지수는 1.07% 내렸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떨어지며 조정 강도가 더 컸다. 미국 증시에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브로드컴은 실적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크 탄 최고경영자 CEO가 마진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를 급랭시켰다. 여기에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우려까지 겹치며 글로벌 AI·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수익성 불안이 확산됐다.

 

글로벌 AI 산업의 수익성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장 초반 삼성전자는 3.95%, SK하이닉스는 6.30%까지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도 부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76% 떨어진 10만4,8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2.98% 내린 5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AI 투자 사이클을 이끌어온 대표주가 흔들리면서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형태가 재차 확인됐다는 평가다.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52%, SK스퀘어가 5.03% 하락하며 낙폭이 컸다. HD현대중공업은 3.84%, 삼성물산은 3.33%, 두산에너빌리티는 3.26% 각각 떨어졌다. 현대차도 2.65% 내렸고, 네이버는 1.64% 하락하는 등 주요 대형주 전반에 매물이 출회됐다. 건설, 기계, 금융 등 경기 민감 업종과 금융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다만 업종별 순환매가 일부 바이오 업종으로 유입되면서 하락장을 일부 방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73% 급등했고, 셀트리온도 0.54% 오르며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업종 지수 기준으로는 제약이 2.47% 상승해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고, 금속이 1.79%, 섬유·의류가 1.05%, 종이·목재가 0.75% 오르는 등 일부 비경기 업종이 상승 마감했다. 반면 건설업은 4.05%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전기·전자는 3.01%, 의료·정밀은 2.79%, 운송장비·부품은 2.76% 각각 떨어졌다. 기계·장비는 2.23%, 증권은 2.22%, 금융은 1.58% 하락하는 등 실물 경기와 밀접한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9포인트 0.16% 오른 938.83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11.74포인트 1.25% 내린 925.60으로 출발해 한때 921.09까지 밀렸으나, 이른 시점부터 낙폭을 빠르게 만회하며 오후 들어 플러스권으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23억 원, 1,209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1,887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종목별 희비가 갈렸다. 에임드바이오는 26.12% 급등하며 상한가에 근접한 강세를 나타냈고, 디앤디파마텍 4.10%, 로보티즈 3.47%, 에이비엘바이오 3.05%, 에코프로비엠 2.10% 등 일부 성장주와 2차전지 관련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리노공업은 3.14%, HLB는 2.18%, 코오롱티슈진은 1.23% 하락하는 등 일부 바이오·기술주는 차익 실현 매물에 조정을 받았다.

 

거래대금은 유동성 위축 우려와 달리 비교적 활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5조3,691억 원, 코스닥 시장은 11조2,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도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을 합산한 거래대금이 5조1,659억 원에 달했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체거래 플랫폼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차익 실현과 저가 매수가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세에 대해 외국인의 현·선물 대량 매도가 장 초반부터 출회되면서 코스피가 4,1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했다고 진단했다. 두 연구원은 동시에 내수주 강세가 지수 하방을 일부 방어해 코스피 낙폭이 2% 안팎에서 제한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물가와 소비 관련 지표 결과에 따라 AI와 반도체 성장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장은 향후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조정 여부를 가늠할 추가 지표와 기업 실적 발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환율과 수익성, 정책 변수 등 복합 요인을 지켜보며 위험 자산 비중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단기 증시 흐름에 대한 경계 심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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