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없어져도 모를 줄 알았다”…살빼기 주사 1700만원어치 훔친 경비원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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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한 경비원이 고가의 체중 감량 주사를 훔치려 한 혐의로 해고되고 법원 처벌까지 받으면서, 건강·미용 목적 의약품을 둘러싼 범죄 양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웨일스 머서 출신의 경비원 A씨(41)는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카디프에 위치한 의약품 유통업체 누만(Numan) 센터에서 근무 중 폐기 예정이던 체중 감량 주사 모운자로(Mounjaro) 73개를 가져가려다 적발됐다. 이 주사는 한 달 분 가격이 최대 359파운드(약 7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의약품으로, A씨가 노린 물량의 총 가치는 8,869파운드(약 1,74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A씨는 사건 당시 SGD 그룹 소속 경비원으로 누만 센터를 경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폐기 처리 과정에서 모운자로 주사 수십 개를 빼돌리려다 내부 점검 과정에서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즉시 그를 해고했고, 사건은 경찰과 사법당국에 전달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모운자로뿐 아니라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Minoxidil) 일부도 훔친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누만 측은 “훔쳐가려던 약품은 모두 회수됐다”고 밝혔으며, 실제 환자에게 투약되거나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심리에서 A씨는 절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평생 체중 문제로 힘들어왔고 지방 주사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어차피 소각장으로 갈 폐기품이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매우 어리석은 실수였고 깊이 후회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실제 약품이 유통되기 전에 회수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 대신 지역사회 봉사 등의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12개월간의 커뮤니티 명령과 함께 100시간의 무급 봉사를 명령했고, 사건 처리 비용 199파운드(약 39만 원)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폐기 예정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회사 자산이자 관리 대상 물품이라는 점, 의료용·미용용 주사제가 고가로 거래되면서 내부자 절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경비 인력 등 내부 관계자가 약품에 직접 접근하는 구조에서 관리·감시 체계를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누만 측은 내부 규정에 따라 폐기 절차와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 주사제 등 이른바 ‘살빼기 주사’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의약품의 관리 강화와 함께 개인의 건강·외모 고민을 악용한 범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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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모운자로#누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