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산 쌀 덤핑 조치하겠다”…미국, 캐나다산 비료까지 관세 시사에 농업·물가 출렁 전망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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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8일, 미국(USA)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산 쌀과 캐나다산 비료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미국 농가에 12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무역 갈등과 고물가 속에서 농업과 물가를 동시에 겨냥한 새 통상 카드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번 구상은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관세 정책 확대, 내년 연방 의회 중간선거, 고물가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겹친 상황 속에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무부와 농무부 장관, 농업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백악관 원탁회의에서 미국이 거둬들이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관세 수입 가운데 일부를 농가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농부들에게 제공할 지원 규모를 120억달러로 제시하면서, 미중 갈등을 포함한 전방위 관세 정책 과정에서 농가가 입은 피해를 재정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인도산 쌀·캐나다산 비료 관세 시사…농가 지원 120억달러 추진
미국, 인도산 쌀·캐나다산 비료 관세 시사…농가 지원 120억달러 추진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인도산 쌀을 직접 지목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유입되는 인도산 쌀이 덤핑 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조치하겠다”고 말하며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 후보로 언급했다. 이어 “덤핑하면 안 된다. 다른 이들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국내 쌀 생산자들의 불만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내 일부 농가와 이해관계자들은 인도, 베트남, 태국 등에서 들어오는 저가 쌀 수입이 미국 내 쌀값 하락을 초래했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은 수출량이 수입량을 웃도는 쌀 순수출국이다. 올해 미국의 쌀 수입에서 태국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인도산이 그 뒤를 잇는 구조로, 대인도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2위 인구 대국이자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India)와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도 정부가 자국 농민과 수출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맞대응에 나설 경우, 국제 쌀 가격과 교역 흐름에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캐나다산 비료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농업 생산비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시사했다. 그는 “비료의 상당 부분이 캐나다에서 들어온다”며 “필요하다면 여기에 매우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이곳에서 비료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국 비료 산업 보호와 국내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비료 시장에서도 보호무역 강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캐나다(Canada)는 미국 내 칼륨비료(포타시) 최대 공급국이다. 캐나다산 비료에 신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비료 가격 상승으로 농가 비용이 늘고, 이는 곧 식품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 되레 물가 부담을 키워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함께 제기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조건을 충족하는 품목에 대해 관세 예외를 인정해 왔고, 이 틀 안에서 캐나다산 비료는 관세 영향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매우 강력한 관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USMCA 체제 아래에서의 예외 관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캐나다 정부가 농업과 자원 분야에서 상응 조치를 검토할 경우 미국·캐나다 간 통상 마찰은 한층 고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 배경에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통상 갈등과 연이은 관세 부과 여파로 미국 농산물 수출 시장이 흔들리면서 전통적 지지 기반인 농민층 불만이 누적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수입을 활용한 120억달러 농가 지원을 약속하고, 동시에 외국산 쌀과 비료를 겨냥한 고강도 조치를 시사한 것은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경제 패키지로 해석된다.  

 

고물가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도 변수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가 지원과 관세 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을 늘리고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엿보이게 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상이 수입 농산물과 비료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압력을 자극할 수 있어, 농민 보호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정책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제통신사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산 쌀과 캐나다산 비료에 대한 관세 부과 시사가 미국-캐나다, 미국-인도 간 무역 협상 지연 속에 협상 기간을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중 갈등이 글로벌 교역 환경을 뒤흔드는 가운데, 미국이 또 다른 주요 파트너국을 상대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면 다자 간 협상 지형이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관세 부과 시사와 120억달러 규모 농가 지원 계획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 경우, 미국 농산물 가격과 농가 소득, 수입 농산물·비료 가격, 관련 국가와의 무역 협상 일정 등에 연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인도와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비료 수출국의 대응에 따라 글로벌 농산물·비료 시장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국제사회와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와 협상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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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인도#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