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운명 공동체"라 본 특검…조은석팀, 윤석열·김건희·박성재 동시 겨냥
검찰 인사와 권력형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정면 충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특정 인물 간 긴밀한 연락 정황이 포착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수시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통화 기록과 메시지 내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을 사실상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묶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파악한 통화·메시지 흐름은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와 검찰 지휘부 교체가 맞물린 시점에 집중됐다. 지난해 5월 2일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이어 5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과 약 1시간 15분간 장시간 통화했다.
이 통화 다음 날인 5월 5일 김 여사는 박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수사 방향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여사는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이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로 물었고, 검찰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에 관한 검찰 상황분석"이라는 글도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와 인사는 다시 맞물렸다. 윤 전 대통령은 5월 12일에도 박 전 장관에게 네 차례 전화해 총 42분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포함해 1∼4차장검사를 전원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고,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됐다. 특검팀은 이 시점의 잦은 연락과 인사 단행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5월 15일에는 소위 지라시로 불리는 정보지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날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에게 차례로 같은 내용의 지라시를 전송했다. 문건에는 이원석 전 총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뒤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했고, 이로 인해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라시를 전달받은 박 전 장관은 같은 날 오전 윤 전 대통령과 약 10분간 통화했다. 특검팀은 통화 내용과 실제 인사 결과, 수사 진행 경로를 종합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수사와 인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집중 검증 중이다.
특검팀은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를 휴대전화에 김안방으로 저장해둔 사실도 확인했다. 안방마님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추정되지만, 특검팀은 두 사람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내는 정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이처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검찰 인사에 개입하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로 이끌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수사지휘 라인이 전면 교체된 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이뤄졌다. 이후 명품백과 주가조작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12·3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사와 수사 과정을 비상계엄 관련 수사와 연계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은 내란·외환 혐의에 머무르지 않고, 권력형 수사 개입 의혹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수사 대상도 넓어졌다. 특검팀은 최근 박 전 장관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를 마무리한 뒤에는 박 전 장관을 다시 한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는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김 여사는 현재 참고인 신분이어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적으로 소환하거나 기소 전 증인신문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한 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면 김건희 특검팀에서 조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도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검과 또 다른 특검 간 조율 문제도 부상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김건희 특검과 수사 범위 조정을 놓고 향후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 특검보는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관련 부분으로 한정해서 수사하려고 한다"며 "이중 기소나 범죄의 확장성 등을 고려해서 추후에 협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 협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향후 소환 조사와 기소 여부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의 관계 규명이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 공방과 맞물릴 경우 공방은 더 거세질 수 있다. 특검팀은 관련 수사를 이어가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와 권력형 의혹 전반에 대해 단계적으로 수사 결과를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