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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 초격차 키운다"…삼성바이오, 존림 연임으로 글로벌 공세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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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존림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확정하며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낸다. 인적분할을 통한 순수 CDMO 체제 전환과 미 메릴랜드 생산시설 인수, 항체약물접합체 ADC와 오가노이드 기반 CRO 등 신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글로벌 CDMO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12월 마무리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존림 대표의 연임이 결정됐다. 사내이사 선임은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무난한 3연임이 예상된다. 202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내년 3월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해 수장 6년차에 들어가게 된다.

존림 대표 체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3년에는 4조원을 넘기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회사는 올해 연결 기준 매출 5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취임 후 3년 만에 매출 규모를 2배 가까이 키우는 셈이 된다.

 

수주 성과도 동반 성장했다. 올해 누적 수주금액은 6조8190억원으로 6조원을 넘어 창립 이후 최대 연간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누적 수주금액은 200억달러를 상회했다. CDMO 사업 특성상 대형 바이오의약품 프로젝트는 수년간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현재의 수주 잔고는 중장기 매출의 하방을 받쳐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고객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외형과 질적 성장이 동시에 진행됐다. 존림 대표가 2018년 처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글로벌 톱20 빅파마 중 고객사는 3곳에 불과했다. 현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 화이자 등 17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고난도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DMO 산업에서 다수 빅파마와의 장기 계약은 공정 신뢰성과 품질 시스템이 검증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최근 단행된 인적분할은 존림 대표의 전략적 색깔을 보여주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순수 CDMO 구조를 구축했다. 존림 대표는 인적분할의 목표를 밸류업 한 단어로 규정하며, 그룹 측에 먼저 분할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시밀러와 CDMO는 자본 투입 구조와 리스크 프로파일이 다른 만큼, 전문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생산능력 확대 전략도 공격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인천 송도 제5공장 본격 가동에 이어 12월에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을 약 2억8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국내 5개 공장과 미국 공장을 합산한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리터로,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형 항체의약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수용 능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설비 투자 계획도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회사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를 완공해 송도에만 132만5000리터, 전체 합산 138만5000리터 수준의 생산능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는 현재 글로벌 CDMO 상위권 기업들의 단일 사이트 생산능력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추가 성장 여지를 선반영한 공격적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 ADC에 일찌감치 베팅했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고,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효능과 부작용의 균형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 제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ADC 전용 생산시설 가동을 개시했고,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우수한 ADC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항체 생산과 고형·액상 제형화, ADC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형 CMC 역량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를 노리는 구조다.

 

연구개발 및 서비스 영역에서도 확장이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인 삼성 오가노이드를 론칭하며 CR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오가노이드는 환자 조직을 기반으로 만든 미니 장기 모델로, 기존 세포주보다 실제 인체 반응에 가까운 약물 효능·독성 평가가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CDMO 강점을 보유한 회사가 전임상 단계 약물 후보 평가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 만큼, 후보물질 발굴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바이오 서비스 플랫폼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기반 기업들이 앞서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외주 비중 확대 흐름에 올라탄 모양새다. 미국 록빌 공장 인수로 북미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인 점도 현지 규제 대응과 공급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고금리와 경기 변동성, 바이오 투자 위축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공격적 증설이 실제 가동률과 수익성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지는 관전 포인트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인적분할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와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둘러싼 평가도 갈리고 있다. 순수 CDMO 전환과 해외 거점 확보는 기업 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과 바이오 시장 성장 속도 간 정합성이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CDMO 계약 구조상 장기 수주와 취소 리스크 관리, 품질 이슈 대응 역량도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존림 대표의 연임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3대 축 확장 전략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ADC, 오가노이드 등 차세대 기술 투자와 북미 생산기지 확보가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CDMO 시장 내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대규모 증설과 사업 재편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 수익성과 주주가치 측면에서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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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존림#cd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