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빛의 혁명 완성까지 갈 길 많이 남았다"…이재명 대통령, 정의로운 통합론 재강조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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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갈등을 둘러싼 통합의 방식과 기준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치권이 다시 부딪쳤다. 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내란 잔재 청산을 전제로 한 정의로운 통합론을 재차 꺼내 들면서, 여야의 향후 협치 방향과 입법 과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반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연대와 포용의 가치를 세워 정의로운 통합을 이뤄내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향해 함께 꿋꿋하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주권자가 명령한 '빛의 혁명'의 완성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언급하며 국정 방향을 다시 정리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군사 쿠데타와 비상계엄 사태로 상징되는 내란 잔재를 먼저 청산한 뒤 통합을 이루겠다는 이른바 정의로운 통합론을 재확인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통합을 강조하되, 책임 규명과 단죄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1년 전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맞이한 최대 위기를 우리 국민은 담대한 용기와 빛나는 연대의 힘으로 평화적으로 슬기롭게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행동하는 작은 물방울들의 하나 된 힘은 벼랑 앞에 선 민주주의를 구했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빛을 새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국민의 저력은 내일의 민주주의를 더욱 활짝 꽃피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이른바 K-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 제안이 논의됐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이 대통령이 전날 특별 성명을 통해 제안한 국민주권의 날 제정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국경일과 법정 기념일, 법정 공휴일이 다 다른 개념인 만큼 입법 과정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주권의 날'보다 더 좋은 명칭이 있는지도 대국민 공모를 통해 찾아보자"고 지시했다. 제정 방식과 명칭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폭넓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강유정 대변인은 "12월 3일을 법정 기념일로 만들자는 것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기보다 제안으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촛불 혁명 등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의 요구가 있어 충분히 같이 검토해볼 것을 지시하셨다"고 전했다. 촛불 집회 등 최근 민주주의 운동을 제도적 기념의 틀 안에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공론화가 예고된 셈이다.

 

경제 분야 논의에서는 국민 의사를 재정 활동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재정 민주주의 과제가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절실한 '을'들의 단결과 담합을 구분해야 한다"며 "정보 비대칭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의 협동과 연대를 담합과 동일선상에 놓지 말고, 정보 격차 해소를 통해 정책 수혜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에 직접 관여한 군 정보기관의 개편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방첩사령부 등 계엄 관련 군 정보기관 구조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향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제도 개편이 추진될 경우 군 정보 기능과 계엄 발동 요건을 둘러싼 국회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회 통합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입법 과제도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혐오 발언 문제를 언급하며 "개인이 아닌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 등 국회의 입법 과정을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를 포함해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성별, 지역, 이념 등을 겨냥한 조직적 혐오 표현을 규율하는 법제화 논의가 정치권에서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가 5년 만에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데 대해 "대승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협력해 준 야당에 거듭 감사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민의 삶을 위해서는 선의의 경쟁으로 힘을 모아가면 좋겠다"고 말해 여야 간 협력 기조 유지를 당부했다.

 

여야는 이 대통령의 정의로운 통합 메시지와 국민주권의 날 제정 추진, 군 정보기관 개편 논의를 둘러싸고 입장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내란 잔재 청산을 명분으로 한 통합론이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고, 여권은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불가피한 개혁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전망이다.

 

향후 국회에서는 국민주권의 날 제정안과 재정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예산 제도 개선, 혐오 발언 규제 법안, 군 정보기관 개편 관련 법률 개정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이 제시한 통합과 개혁 메시지가 실제 입법과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민심의 평가가 향후 정국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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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국민주권의날#재정민주주의